식수절에 반일·반미 감정 고취…식수절 변경 뒤 첫해·김정은 행사참석 가능성
북한 "일제가 목재 약탈…미제의 전쟁으로 산림 황폐화"
북한이 우리 식목일 격인 식수절(植樹節)에 산림 황폐화의 책임을 일본과 미국에 돌리며 산림녹화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못잊을 71년 전의 3월 14일' 제하 2면 기사에서 "나라를 빼앗겼던 수난의 시기 수많은 목재를 약탈해간 일제의 간악한 책동에 의해 황폐화되였던 이 나라의 산림"이라며 "조국의 산과 들은 해방 후 5년간 자기의 푸른 빛을 점차 되찾고 있었다.

그런데 미제 침략자들이 도발한 전쟁으로 조국의 산들은 또다시 황폐화되고 있었다"고 한탄했다.

북한 산림이 일제강점과 6·25전쟁을 겪으며 극심하게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무분별하게 산을 밭으로 개간하고 땔감용 나무를 벌목한 탓도 있는데 이를 외부의 책임으로만 돌린 것이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 속에 식수절에도 단순히 나무를 심자는 메시지를 넘어서 반일·반미정신 고양이라는 의미를 더 얹은 것이다.

신문은 이어 1952년 3월 14일 김일성 주석이 "전 군중적 운동으로 산림을 많이 조성할 데 대하여 간곡히 가르치셨다"면서 "또 한 분의 위대한 애국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영도 밑에 산림조성 사업이 더 높은 단계에서 힘있게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도 "식수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 당의 정책을 심고 뜨거운 애국심을 심으며 영원히 변색없을 순결한 양심을 심는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모두다 열렬한 충성과 애국의 한마음을 안고 만년대계의 사업인 나무심기에 성실한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 조국산천을 더욱 푸르게 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나가자"고 호소했다.

한편 올해는 북한이 식수절 날짜를 기존 3월 2일에서 3월 14일로 바꾼 뒤 맞는 첫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정령을 통해 식수절 날짜를 바꿨다.

북한 식수절은 애초 1947년 김일성 주석이 문수봉에 나무를 심은 날인 4월 6일이었다가 김정일 집권 시기인 1999년에 3월 2일로 바뀌었고, 지난해 3월 14일로 옮겨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취임 초기부터 산림 재건에 힘써온 북한은 지난달 내각 주최로 '지난해 산림복구 전투와 국토관리 총동원사업 정형 총화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강순남 국방상과 무력기관 간부들까지 참석해 산림복구에 군인들을 동원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식수절에 평양 화성지구에서 기념식수를 한 적이 있어 올해도 관련 행사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