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글로벌마켓나우입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지난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여파가 지속됐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0.15% 밀린 3,855.76, 나스닥지수는 0.45% 뛴 11,188.84, 다우지수는 0.28% 떨어진 31,819.14로 각각 기록됐습니다.

오늘 시장의 이목 역시 은행권에 집중됐습니다. 은행 업종은 11개 섹터 중 3.78%나 하락하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SVB·시그니처은행 파산에 이어 다음 타자가 누구일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SVB와 같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주가가 하룻동안 61.75% 밀렸습니다. 이 은행 주가는 지난 5일간 74% 하락했습니다.

또 다른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는 21.05%, 애리조나주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46.94% 각각 떨어졌습니다.

대형 은행 중에서 찰스슈왑 주가는 11.55% 밀렸습니다.
나스닥지수는 13일(현지시간) 상승 반전했다.
나스닥지수는 13일(현지시간) 상승 반전했다.
일부 은행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습니다. 케네스 베키오니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현금을 250억달러 확보하고 있다”며 “자금 이탈 역시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이 전체의 50%를 초과하는데다 고객의 자금 인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한 만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습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는 이날 한때 52주 최저가인 7.46달러까지 밀렸으나 결국 26.12달러로 마감했습니다. 52주 최고가는 89.26달러입니다.

월스트리트에선 올해의 기준금리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주로 다가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금융 경색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이후 5월과 6월, 7월 FOMC에서 각각 25bp(1bp=0.01%포인트)씩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입니다.
Fed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됐다.
Fed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연 4.50~4.75%인 기준금리는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5.5%가 될 것이란 게 골드만삭스의 예상입니다.

도이치뱅크는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고 오히려 낮출 것”이라고 봤고, 냇웨스트는 “3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바클레이즈는 종전의 50bp 인상 전망을 고수했고, 언스트&영은 25bp 인상 가능성을 가장 크게 봤습니다.

시장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3~5월까지 금리를 25bp만 올린 뒤 6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VB 사태를 맞은 Fed가 금융 완화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2008년 1월 금융 경색이 심화하자 긴급 FOMC를 열어 금리를 75bp 낮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워싱턴뮤추얼은행이 역대 최대 규모로 파산한 뒤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이 잇따라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국채 2년물 금리는 1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60bp 넘게 떨어졌다.
미국의 국채 2년물 금리는 1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60bp 넘게 떨어졌다.
이날 자산 시장의 가장 큰 움직임 중 하나는 국채 2년물 금리 움직임이었습니다. 2년물은 전 영업일 대비 57bp 하락한 연 4.03%로 마감했습니다. 10년물 금리 하락 폭(0.25%P)보다 훨씬 컸습니다. 국채 2년물은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을 가장 잘 반영합니다.

2년물 금리는 작년 9월 이후 최저치였고,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로 하락했습니다.

달러인덱스는 뚝 떨어졌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겁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3대 중반까지 밀렸습니다.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국제 유가와 귀금속 가격은 강세를 보이는 게 보통입니다만, 이날 유가는 하락했습니다. 미국산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80달러로, 전 영업일보다 1.88달러 떨어졌습니다. 유럽의 브렌트유는 2.01달러 하락한 배럴당 80.7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등 아시아의 수요 회복 기대가 확산한데다, 위험자산인 원유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게 주요 배경으로 꼽혔습니다.
국제 금값은 13일(현지시간) 트로이온스당 1920달러 가까이까지 뛰었다. 하루 50달러 넘게 상승했다.
국제 금값은 13일(현지시간) 트로이온스당 1920달러 가까이까지 뛰었다. 하루 50달러 넘게 상승했다.
다만 금값은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달러 약세에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란 인식이 한 몫 했습니다.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트로이온스당 50달러 뛰었습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CEO는 “SVB 사태에 대해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1930년대식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예금자는 전액 보호하지만 주식·채권 투자자에 대해선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2008년과 다르고 구제 금융도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은행 분야의 오랜 분석가인 딕 보브 오디언캐피탈 애널리스트는 “은행권 부채가 아니라 이들이 보유한 국채 모기지저당증권(MBS) 등 정부 보증 증권 자체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진짜 뭘 갖고 있는지 숨기려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흥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CEO는 보브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한 뒤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려면 돈을 더 찍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월가에서 유명한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SVB 붕괴 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부진 속 물가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Fed는 멈추지 말고 금리를 25bp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시스템에 내장되면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입니다.
달러인덱스는 13일(현지시간) 급락세로 돌아섰다.
달러인덱스는 13일(현지시간) 급락세로 돌아섰다.
마이크 윌슨 모간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약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작년 10월 이후의 상승장이 황소 함정(불 트랩)에 불과하다는 게 확인될 것”이라며 “정부가 금융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개입할 때 주가가 반등하면 매도 타이밍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계속된 SVB 여진…추가 은행은? ② 36년 만에 최대 하락한 2년물 금리 ③ 달러는 이상 약세 ④ 소고기 ‘비플레이션’ 비상 ⑤ 2월 물가 예상 등입니다.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6.1%, 전달 대비 0.5% 각각 상승할 것이란 게 시장의 컨센서스입니다. 시장 예측과 얼마나 차이 나는 지가 14일 증시를 좌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