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까지 36시간…초고속 붕괴 이끈 '스마트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SVB, 18억 달러 손실 발표
주가 폭락 후 뱅크런 시작
주가 폭락 후 뱅크런 시작
실리콘밸리은행(SVB)은행이 자금 위기가 불거진 후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으로 스마트폰이 꼽히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비운을 맞는 SVB'라는 제목으로 SVB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험 스타트업 '거버리지 캣' 설립자 맥스 조는 WSJ과 인터뷰에서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모두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모두 SVB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빼내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뱅크런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것.
조 역시 동료들을 따라 SVB 뱅킹 앱에 접속해 회사 잔고의 대부분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 했지만, 이미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여서 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VB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이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가까지 예금 인출을 시도한 금액은 420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 날인 10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SVB와 모기업 SVB 파이낸셜은 1983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이들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여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WSJ의 분석이었다.
시작은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 발표였다. 파산 전날 SVB는 최근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번 SVB 사태는 금융기관의 핵심 자본인 보유 예금과 자산의 가치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괴리된 데 따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던 것과 달랐고, 그때만큼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만 SVB 발표 직후 주가가 폭락했고, 특히 미 서부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께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뱅크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 측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뉴스 확산과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발작적인 반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소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겁에 질린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자신의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숫자를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 청산 등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흉흉한 소식들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 SVB 소식이 더 발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WSJ의 분석이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갑작스럽게 붕괴한 SVB 매각에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전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의 손실과 관련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비운을 맞는 SVB'라는 제목으로 SVB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빠른 속도로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험 스타트업 '거버리지 캣' 설립자 맥스 조는 WSJ과 인터뷰에서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모두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모두 SVB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빼내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뱅크런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것.
조 역시 동료들을 따라 SVB 뱅킹 앱에 접속해 회사 잔고의 대부분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 했지만, 이미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여서 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VB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이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가까지 예금 인출을 시도한 금액은 420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 날인 10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SVB와 모기업 SVB 파이낸셜은 1983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이들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여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WSJ의 분석이었다.
시작은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 발표였다. 파산 전날 SVB는 최근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번 SVB 사태는 금융기관의 핵심 자본인 보유 예금과 자산의 가치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괴리된 데 따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던 것과 달랐고, 그때만큼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만 SVB 발표 직후 주가가 폭락했고, 특히 미 서부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께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뱅크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 측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뉴스 확산과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발작적인 반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소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겁에 질린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자신의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숫자를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 청산 등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흉흉한 소식들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 SVB 소식이 더 발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게 WSJ의 분석이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갑작스럽게 붕괴한 SVB 매각에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전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의 손실과 관련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