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기지 인근 마리안 빙벽 10년새 92만㎡ 녹아…축구장 130개 면적
최창용 교수 "턱끈펭귄 3분의2로 줄어…모니터링 앞당겨야"
따뜻해진 남극…펭귄 부화시기가 6∼12일 빨라졌다
남극 세종기지 근처에 있는 펭귄마을(나레브스키 포인트).
펭귄마을은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터전이다.

젠투펭귄은 흰색 헤드셋을 끼고 있고 부리가 주황색이다.

턱끈펭귄은 이름처럼 턱 아래에 두르고 있는 검은 끈이 특징이다.

이따금 길잃은 임금펭귄과 마카로니펭귄이 펭귄마을을 찾아오기도 한다.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산림과학부 야생동물학연구실은 겨울마다 이곳 펭귄마을에서 '남극특별보호구역 생태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12월 남극으로 들어가 이듬해 2월까지 겨우내 펭귄마을 생태계를 살핀다.

12일 모니터링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서울대 야생동물학연구실 연구진에 따르면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새끼 펭귄들의 울음소리가 이전보다 더 빨리 들리게 됐다.

따뜻해진 남극…펭귄 부화시기가 6∼12일 빨라졌다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기후변화를 기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과학기지 기상관측 자료를 보면 남극 평균온도는 10년에 0.6도씩 상승하고 있다.

2014∼2021년 평균기온은 영하 2.4도에서 영하 0.3도로 높아졌다.

기지 근처의 마리안 소만을 덮은 빙벽은 1997∼2006년 738∼987m 후퇴했다.

매년 94.7m씩 후퇴한 셈이다.

같은 기간 녹아내린 펭귄마을의 빙하는 92만7천525㎡였다.

축구장(7천140㎡) 130개를 합친 면적이다.



펭귄들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코로나19 유행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2020년을 제외한 최근 10개년(2012∼2022년) 동안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부화시기가 점점 빨라졌다.

젠투펭귄 부화시기는 2012∼2016년 12월 13일에서 2021∼2022년 12월 3일로 열흘 빨라졌다.

2021년은 12월 6일, 작년은 12월 1일이었다.

작년에는 첫 조사를 나갔을 때 이미 부화한 새끼 젠투펭귄이 70%에 달했다고 한다.

턱끈펭귄 부화시기는 같은 기간 12월 26일에서 12월 20일로 엿새 앞당겨졌다.

모니터링을 이전보다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번식시기 변화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젠투펭귄과 달리 턱끈펭귄의 번식시기 변화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젠투펭귄보다 턱끈펭귄이 남극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젠투펭귄 개체수는 2012년 2천496쌍에서 2021년 2천482쌍으로 유지됐지만, 턱끈펭귄 개체수는 같은 기간 3천332쌍에서 2천197쌍으로 감소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따뜻해진 남극…펭귄 부화시기가 6∼12일 빨라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