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인상, 금융 시스템 안정성 해쳐" vs "개별 은행 문제일 뿐"
FOMC 앞두고 파산한 SVB…기준금리 인상폭에 영향 미칠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업계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지난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았던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에서 4.75%까지 급격히 상승한 것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 입장에선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현금화를 할 경우에도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VB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타격이 큰 IT 분야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많았기 때문에 부실자산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번 달 FOMC에서 또다시 급격한 인상을 선택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자산 운용사 제프리스의 선임 금융분야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코스카는 "SVB 파산은 연준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NYT의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피터 코이는 "파월 의장과 다른 FOMC 멤버들은 자신들의 통화정책이 은행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은 SVB 파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아닐 카시압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연준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별 은행이 아닌 전체 은행 시스템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