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후쿠야마 신간 '자유주의와 그 불만'
고전적 자유주의 추구…"신자유주의 시장과 결별해야"
좌·우파 맹공에 좌초 위기 몰린 '자유주의'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유주의가 공산주의와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역사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후 후쿠야마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유주의가 오늘날 세계에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믿는다.

"
자유주의는 집단보다는 개인에 중점을 두고, 헌법과 자유권에 기초한 보편적 인간 평등을 전제하며, 진리를 포착하기 위한 의사 표현의 자유와 과학적 합리주의 같은 것들을 근간으로 한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런 가치가 좌·우파의 협공을 받으며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자유주의와 그 불만'(아르테)을 통해서다.

좌·우파 맹공에 좌초 위기 몰린 '자유주의'
책에 따르면 좌파는 부와 권력의 광범위한 재분배, 인종과 젠더의 평등, 집단 간 결과물을 평등하게 만드는 정책 등을 요구하며 자유주의를 공격했다.

특히 자유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변질"되면서 이 같은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신자유주의가 경제적 불평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고, 부유한 엘리트보다 서민들에게 훨씬 더 피해를 많이 주는 "치명적 재정위기"를 지구상 많은 나라에서 초래했기 때문이다.

우파의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등이 이끌었다.

저자가 "포퓰리스트"라고 분류한 이들은 자신들의 힘과 권위를 법원과 사법체제, 비당파적 국가 관료제, 독립적인 언론,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행정 권력 등 자유주의 핵심 제도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나아가 미국 보수 우파는 자신들의 권력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선거 체계를 조작하려는 노력"까지 해왔다고 저자는 강도높게 비판한다.

좌·우파 맹공에 좌초 위기 몰린 '자유주의'
저자는 현재의 자유주의가 '역사적 불확실성'에 처한 건 자유주의를 오도한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율성과 시장에 대한 믿음이라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전제들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며 '왜곡'했기에 자유주의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의 기승 속에 좌초 위기에 처한 자유주의를 좌파가 맹폭한 것도 온당치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개인의 정체성은 결코 집단적 범주만으로 온전히 규정되지 않기에, 좌파의 주장처럼 집단적 권리를 개인적 권리보다 무조건 우위에 둘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좌·우파 맹공에 좌초 위기 몰린 '자유주의'
저자는 좌우의 맹공 속에 너덜너덜해진 자유주의를 버리는 게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제대로 된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시작은 극단으로 치닫는 자유를 "적절히 자제시키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자제를 통해 정부 운영의 질을 높이고, 적절한 수준으로 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며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적절한 한도 내에서 보호하고, 개인의 권리를 문화적 집단의 권리보다 우선시하며 적절한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정부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를 경제성장과 개인적 자유에 불가피한 적(敵)으로 악마화했던 신자유주의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주의는 프랑스 혁명 때도, 제1차 세계대전 무렵의 민족주의자들의 공격 속에서도, 또한 공산주의자들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현재도 자유주의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고전적 자유주의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인종 혼합과 남녀평등의 시대적 변화를 끌어안을 수 있다면 자유주의의 생환은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원 옮김. 26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