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보다 두 배 많은 사사구 8개 얻었지만 안타·장타에서는 밀려
[WBC] 사사구 6개 얻은 8회에 단 3점…아쉬웠던 타선 응집력
사사구를 8개(볼넷 6개+몸에 맞는 공 2개)나 얻었고, 이 중 6개가 한 이닝에 나왔다.

7점을 얻긴 했지만, 사사구의 수를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4강'을 목표로 출발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꼭 잡아야 할 상대'로 지목한 호주에 패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7-8로 패했다.

한국 야구 역사에 '참사'로 기록될 참혹한 결과다.

2000년 이후 성인 대표팀 전적 8승 3패로 앞서고,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부터는 8연승을 거뒀던 호주를 상대로 이번 대회 1라운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패해 충격은 더 컸다.

대회 전 미국 야구전문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한국의 전력을 7위, 호주의 전력을 20개국 중 18위로 분석했다.

한국은 이번 WBC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호주를 상대로 8점이나 내준 투수들도 문제였지만, 좁은 스트라이크존 탓에 호주 투수진이 사사구를 남발하는데도 적시타를 만들지 못한 타자들도 고개를 들 수 없다.

[WBC] 사사구 6개 얻은 8회에 단 3점…아쉬웠던 타선 응집력
이날 한국 타선은 5회 1사까지 퍼펙트로 꽁꽁 묶였다.

대회 첫 경기에서 타선이 경기 중반까지 침묵하는 건 꽤 흔한 일이다.

한국 타선은 5회부터 힘을 냈다.

한국은 0-2로 뒤진 5회 1사 후 김현수(LG 트윈스)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박건우(NC 다이노스)가 이날 첫 안타를 쳤다.

2사 1, 2루에서는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대니얼 맥그래스의 시속 130㎞ 체인지업을 공략해 역전 3점 홈런을 쳤다.

6회 2사 후에는 KBO리그 최우수선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중전 안타에 이은 홈런왕 박병호(kt wiz)의 왼쪽 담 상단을 때리는 2루타가 나와 4-2까지 달아났다.

한국은 7회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 로비 글렌디닝에게, 8회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로비 퍼킨스에게 연거푸 3점 홈런을 허용해 4-8로 재역전 당했다.

[WBC] 사사구 6개 얻은 8회에 단 3점…아쉬웠던 타선 응집력
한국에도 다시 기회가 왔다.

그러나 7회 1사 후 대타로 등장해 2루타를 친 강백호(kt)가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태그아웃당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8회에는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한 호주 투수들이 볼넷 5개와 몸에 맞는 공 1개 등 사사구 6개를 남발했지만, 3점만 얻었다.

8회 3점은 한국에는 무척 아쉬운 결과였다.

사사구로 6명이 출루하는 동안, 한국 타자는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다.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선구안으로 기회를 만들고 밀어내기 득점과 땅볼로 타점을 만들었지만, 한국 타자가 적시 안타를 쳐 '직접 해결'하는 시원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호주는 홈런 3개를 포함해 10안타를 쳤다.

장타 4개(2루타 1개+홈런 3개)를 만들고, 사사구 5개(볼넷 2개+몸에 맞는 공 3개)를 얻어 총 8점을 뽑았다.

한국 타선은 호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사사구 8개를 얻고도 7득점에 그쳤다.

안타(7개)와 장타(3개) 모두 호주보다 적었다.

9일 도쿄돔에서는 호주 타선이 한국보다 강했다.

한국은 2006년 1회 WBC 첫 경기에서 대만을 2-0으로 꺾었고, 4강에 진출하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009년에도 첫 상대는 대만이었고 9-0 완승을 거뒀다.

당시 한국은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2013년에는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4안타에 그쳐 0-5로 패했고, 2017년에는 7안타 1득점으로 연장전 끝에 이스라엘에 1-2로 무릎 꿇었다.

2013년과 2017년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23년 WBC 첫 경기에서 한국은 7점을 얻긴 했지만, 상대가 헌납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패했다.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8회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이날 호주전에서 8회는 악몽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