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부터 회화·조각까지…도나 후앙카 첫 한국 개인전
볼리비아계 미국 작가 도나 후앙카의 한국 첫 개인전이 9일부터 서울 강서구에 있는 스페이스K 서울에서 시작된다.

후앙카는 밴드에서 드럼을 치면서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다.

활동 초기에는 회화가 남성 중심 미술계를 상징한다고 생각해 거부감을 가졌지만 보디페인팅을 시작하면서 자유로움과 즉흥성에 매료됐고 보디페인팅을 한 모델(퍼포머)들과 함께 하는 작업으로 미술계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번 전시에는 퍼포먼스와 보디 페인팅,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전시 공간을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곡선이 유독 많은 스페이스K 서울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주 전시실 한가운데는 전시장의 곡선을 살린 타원형의 낮은 설치대가 놓였고 전시실 양쪽의 마주 보는 곡면 벽면에는 벽화 같은 대형 회화가 걸렸다.

퍼포먼스부터 회화·조각까지…도나 후앙카 첫 한국 개인전
전시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역시 퍼포먼스다.

전신에 색을 칠한 퍼포머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몸을 흰 벽에 문질러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도 한다.

모델들이 움직인 자리엔 발자국 등 흔적이 그대로 남는다.

작가는 직접 모델들의 몸을 색칠하고 '천천히 움직이라'는 최소한의 지시만 내린다.

퍼포먼스에서 모델들이 일종의 작업 도구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지만 작가에게 퍼포머는 '살아있는 조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막 후 나흘간(9∼12일) 2명의 모델이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중앙 설치대에는 표면이 거울로 된 스테인리스 조각이 놓였다.

거울 표면에 비친 관객의 모습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퍼포먼스를 현장에서 할 수 없었던 작가는 거울을 활용해 관객들을 일종의 퍼포먼스 참여자로 만들었다.

퍼포먼스부터 회화·조각까지…도나 후앙카 첫 한국 개인전
벽면의 거대한 회화에도 퍼포먼스 요소가 들어있다.

작가는 이전 퍼포먼스에 참여한 모델들의 신체 일부를 크게 확대해 거의 추상 이미지 같은 사진을 캔버스에 붙이고 그 위에 모래 등을 섞은 물감을 붓이 아닌 손으로 칠했다.

몸을 통해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작품으로, 온통 흰색인 전시장과 대비되는 색들이 강렬하다.

주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 놓인 조각에도 작가의 몸짓이 담겨 있다.

점토를 치대고 발로 차는 등의 퍼포먼스를 한 뒤 이를 금속으로 캐스팅(주물)한 작품이다.

조각 받침대는 우리나라의 자연석을 사용해 장소성을 살렸다.

작가에게는 과거의 자취와 흔적 같은 것들이 또 다른 중요한 요소다.

잉카문명의 결승문자(새끼나 가죽끈 매듭을 기호로 삼는 문자)였던 '키푸'를 상징하는 매듭을 작품에 넣거나 과거의 퍼포먼스 기록을 다음 회화의 바탕으로 삼는 식으로 작업에 자취와 흔적을 반영한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작가는 "예전에 사용했던 것들을 보관해서 새로운 작품들에 포함하는 등 거의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라면서 "퍼포머들의 DNA가 작품과 퍼포먼스에 착용한 재료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과거의 것들을 재사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8일까지. 유료 관람.
퍼포먼스부터 회화·조각까지…도나 후앙카 첫 한국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