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방자치단체가 쏟아낸 청년 주거복지정책이 101개에 이르지만 상당수 대책은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문턱이 높고 기준이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일부 호응을 얻는 대책은 공공임대에 한정돼 있어서다.
공공임대 위주, 기준 중구난방…청년도 외면하는 '청년 주거복지'
숫자만 많은 청년 주거정책이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악의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출산율 대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최근 주거정책 개발에 청년을 참여시키는 등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나이·소득 제각각에 “헷갈려서 못 써”

8일 한국경제신문이 각 부처와 지자체를 통해 집계한 101개 청년 주거복지정책은 크게 주거지를 직접 제공하는 직접 임대형과 전·월세 보증금 지원형, 이사비 등 간접 지원형으로 나뉜다. 34세 이하이고, 수입이 중위소득의 80%인 월 166만2000원 이하 1인 가구는 최대 24개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소득과 자산 기준만 맞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행복주택과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통한 보금자리 마련을 이용할 수 있다.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과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등을 통해 전·월세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불만이 많았다. 지자체와 부처의 정책 내용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기관마다 청년의 기준부터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공급을 받을 수 있는 청년 기준은 만 19세부터 39세까지다. 국토부의 청년월세지원 사업 청년 기준은 만 19~34세다. 기관에 따라 35세부터 39세까지는 청년이 아닌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부처는 34세, 서울시는 39세로 청년을 규정하고 있다”며 “청년기본법에서는 19~34세지만 개별법령에서 달리 정할 수 있어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기준 역시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정책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40%부터 150%까지 정책마다 대상이 다르다. 주거급여는 46%를 기준으로 지급 여부를 정하는 데 비해 청년 월세 혜택은 150%까지 기준이 완화된다.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처럼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정책도 있어 소득 기준이 맞는지 매번 계산해야 한다.

○“임대와 주택 소유 지원 병행해야”

일부 있는 분양정책도 외면받고 있다. 청년 수요와 맞지 않는 소형 주택만 공급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주택난이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시도한 ‘신혼희망타운’은 실수요자들이 외면하면서 올해 사실상 사업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역시 너무 좁다는 청년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LH는 1인 가구 최소 면적을 16㎡에서 21㎡로 늘리고 두 가구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 공급 위주로 이뤄진 청년 주거정책이 결국 ‘영끌’과 ‘빚투’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행복주택 공실률이 높은 것 역시 결국 청년 의견을 듣지 않아 외면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대주택 공급과 전·월세 부담 완화에 집중된 청년 주거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2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청년 응답자 중 41%가 “주택 구입 지원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공공임대 입주 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1.8%에 그쳤다.

국토부는 공공분양에서 미혼 청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연 1%대 이자율의 전용 모기지론을 도입하는 등 내집 마련을 통한 자산 형성 지원 정책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사기 등 청년 대상 피해 지원뿐만 아니라 자가 소유를 위한 관련 정책을 꾸준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오상/박시온/안정훈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