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이 추천한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맞설 후보를 내세우는 문제를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시리아 대표인 로만 마르샤빈 세계은행 집행이사는 미국이 내세운 총재 후보에 맞설 후보군 명단 작성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 최종결정은 러시아 정부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벨라루스 사업을 중단했지만, 러시아의 투표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마르샤빈은 타스통신을 통해서도 러시아 금융계 인사와 외국 이코노미스트, 국제기구 전 책임자,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전 수장들 가운데에서 세계은행 총재 후보를 내는 방안을 다른 국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인사의 이름이나 논의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제이 방가(63)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를 퇴임 예정인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의 후임자로 추천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방가 전 CEO는 사모펀드 운영사 제너럴 애틀랜틱의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가 전 CEO는 인도와 가나, 케냐, 방글라데시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프랑스와 독일, 주요 20개국(G20)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재무부 차관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임명된 맬패스 총재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차이로 사이가 틀어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 오다 지난달 조기 사퇴 의사를 밝혔다.

2차대전 후 각국 재건 자금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세계은행의 총재는 그동안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미국이 사실상 선임해왔다.

로이터는 다음 달 29일까지 세계은행이 총재 후보 추천을 받을 예정이지만, 지분 구조상 러시아가 도전한다 해도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후보가 신임 총재로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총재의 임기는 5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러시아 "세계은행 총재선거서 '미국 대항마' 내세울지 검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