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기념 방한
"'문' 소재,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힌트 얻어"
신카이 감독 "韓日, 마음의 형태 유사…문화로 강하게 연결되길"
"한국과 일본은 거리나 동네 풍경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풍경은 사람들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지는 것이죠. (한국과 일본 국민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들고 한국을 찾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8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로 두 나라의 공통된 특성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는 이날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오히려 한국 관객들에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왜 좋아하는지 여쭙고 싶을 정도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좋아해 주시는 거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카이 감독은 "서울에 와서 거리를 보면 그립다는 느낌도 들고, 이런 부분은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정치적인 상황에 있어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을 때, 나쁠 때가 (마치) 파도처럼 반복되고 있지만, 문화는 서로 강하게 연결돼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해버린 소타와 함께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으러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그렸다.

아름다운 영상미에 녹여낸 작품의 주된 소재는 '문'이다.

신카이 감독 "韓日, 마음의 형태 유사…문화로 강하게 연결되길"
신카이 감독은 문을 작품 소재로 삼은 이유로 한국 드라마 '도깨비'를 거론하며 "매우 인상적이어서 거기서 힌트를 얻어 문을 (작품 소재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은 '일상의 상징(심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또 문을 닫고서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며 일상은 반복됩니다.

(하지만) 재해는 일상을 단절하는 것입니다.

'다녀오겠습니다'라며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문을 모티브로 한 것이 이 영화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작품에서 스즈메와 소타는 막대한 피해를 낳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열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문을 닫는 데 여념이 없다.

영화 속 재난은 2011년 일본에 최악의 피해를 안긴 동일본대지진을 상징한다.

극 중 인간에서 의자로 변해버린 소타의 다리가 3개 밖에 없는 것도 그 이유다.

신카이 감독은 "(전작인) '너의 이름은.'이 대히트를 하고 나서 관객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본인의 트라우마인 재해를 엔터테인먼트로 재미있게 그려낸다면 (동일본대지진을) 잊고, 또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런 기억을 잘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간담회에는 작품 속 스즈메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하라 나노카도 함께 했다.

목소리 연기가 처음이라는 그는 "'내가 이것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아 불안했다"면서도 "감독님이 매일 '훌륭하다', '고마워요'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그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신카이 감독 "韓日, 마음의 형태 유사…문화로 강하게 연결되길"
하라는 가장 어려웠던 연기 순간으로 스즈메의 반복적인 외마디 대사인 '아'를 꼽았다.

이를 두고 신카이 감독은 "'아'라는 대사는 스즈메가 뭔가를 깨달았을 때, 놀랐을 때 많이 하는 대사"라며 "같은 '아'처럼 들려도 매번 다르다.

그걸 연기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코로나 한가운데 만들었고, 과연 이것을 완성했을 때 한국을 갈 수 있겠냐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 무사히 오게 돼 매우 행복합니다.

한국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 현실과 상관있구나, 우리 세계를 그려낸 영화라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