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3위 브랜드 자존심 살린 히트 상품
한국은 ‘라면 공화국’이다. 라면 시장 규모가 연 2조원이 넘는다. 최초의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이 선보였다. 1965년 후발주자 농심이 추격에 나섰고 1983년 팔도가, 1988년 오뚜기가 가세했다.

[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3위 브랜드 자존심 살린 히트 상품
라면 시장 점유율에서 삼양식품은 농심과 오뚜기에 이어 3위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가 ‘라면 원조’인 삼양식품의 자존심을 살린 불닭볶음면(사진) 사례를 살펴봤다.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2조5000억원에 달했다. 내수 8000억원, 수출 1조7000억원으로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초기에는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커리, 핵,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확장 제품을 잇달아 성공시켜 ‘대세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출시됐다. 2011년 초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매운 음식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불닭볶음면 글로벌 히트

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찾아 직접 맛을 봤다. 또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청양고추,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매일 계속되는 매운맛 시식에 약을 복용하기도 할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전했다.

매운소스 2t, 닭 1200마리를 투입해 약 1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석 달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차별적 제품 콘셉트가 성공 비결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매운맛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 입소문을 탔다. 불닭볶음면과 스트링 치즈, 참치, 계란 등의 부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다양하게 즐기는 소비자를 보며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의 확장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은 불닭볶음면이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다”며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은 ‘강렬한 매운맛을 라면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 아이디어를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가 글로벌 히트라는 성과를 낳았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닭볶음면은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도전’과 ‘색다른 매운맛을 경험하는 재미’를 강조해 차별적인 제품 콘셉트를 완성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천 교수는 “모든 신제품은 언제나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는데, 그 아이디어를 좋은 제품 콘셉트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신제품 마케터의 역할”이라며 “마케터가 얼마나 효과적인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신제품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