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공개매수에 맞서 하이브의 대항 공개매수·장내매수 가능성도 거론돼
증권가 "양사 경영권 분쟁 장기화할 듯"

증권팀 =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가처분 인용으로 기존 SM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은 듯했던 하이브와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의 추가 대응에 따라 카카오 공개매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면서 양사 지분 경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SM 인수전 가열…하이브-카카오 지분경쟁 시나리오는
◇ 카카오 강한 인수 의지…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7일 카카오가 공시한 공개매수설명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SM 지분 3.28%(78만주)를, 카카오엔터는 1.63%(38만7천400주)를 각각 확보했으며 양사의 합산 지분율은 4.91%다.

여기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얼라인파트너스와 현재 경영진이 보유한 1.2%를 더하면 약 6%가 된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SM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로 목표한 물량을 100% 채워 성공한다면 두 회사의 SM 지분율은 39.91%가 된다.

카카오 측 우호 지분까지 합치면 41.11%에 달한다.

하이브가 현재 보유한 SM 지분은 이수만 전 대주주에게 매입한 14.8%에 공개매수 지분을 더한 15.78%다.

풋옵션이 걸린 이수만 전 대주주의 잔여 지분 3.65%를 합쳐도 하이브의 SM 지분은 19.43%다.

이날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발표하자 SM 주가는 15만원에 근접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가격 15만원은 SM 기업가치를 3조5천억원 수준으로 인정한 것인데 올해 예상 단기순이익(900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주가수익비율(PER)을 40배로 본 것"이라며 "하이브가 2021년 전성기 당시 인정받았던 PER가 45배임을 고려했을 때 매우 높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15만원까지 공개매수가격을 써낸 것을 보면 인수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하이브는 SM이 있으면 좋은 수준이지만 카카오에 SM은 카카오엔터 단독 상장을 위해서 없어선 안 될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매수 성공의 관건은 하이브의 대응이다.

카카오가 기존 하이브 공개매수가격(12만원)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만큼 하이브 측 대응이 없다면 대량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하이브 측의 추가 대응에 따라 주가가 15만원 이상으로 상승해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는 주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하이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기에 현재로서는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관련 내용이 매일 업데이트되다 보니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무조건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카카오가 더 전투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SM 인수전 가열…하이브-카카오 지분경쟁 시나리오는
◇ 하이브, 추가 지분 확보 나설까
시장의 눈은 하이브의 다음 행보에 쏠린다.

시장에서는 하이브가 이미 지분 19.43%를 확보해놓은 만큼 추가 공개매수나 장내매수를 통해 1대주주 지위 굳히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현지 연구원은 "만약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40%를 가져간다면 현재 하이브의 19%로만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시장에서는 하이브가 자금을 조달해 추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돈과 돈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대항 공개매수(공개매수기간 중 그 공개매수에 대항하는 공개매수)나, 장내매수 등 방안이 거론된다.

박성국 연구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도 높아서 하이브의 자금 여력 등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보다 공개매수가를 더 높게 써내긴 어렵다"면서도 "2대주주로 내려앉게 되면 하이브로서도 손해가 큰 상황이어서 추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연구원은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하이브가 2대 주주가 되면서 지분 가치가 하락한다"며 "하이브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카카오 공개매수를 무산시키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브의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현용 연구원은 "하이브가 현재 내부 유보 자금만으로는 주당 16만원으로 40% 지분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며 "하이브 정도의 신용도면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재무구조에 부담이 가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SM을 사는 주체가 기존보다 1조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하이브는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을 내는 데 카카오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SM 인수전 가열…하이브-카카오 지분경쟁 시나리오는
◇ SM 분쟁 장기화 우려…카카오 주주들도 난감
하이브와 카카오 측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SM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성국 연구원은 "현재 정기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표는 하이브가 더 많고, 그 이후 지분구조가 바뀌더라도 임시주총 개최 등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면서 "이번 정기주총까지 한 달 내로 경영권 분쟁이 종결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현용 연구원 역시 "현재로서는 하이브 진영과 카카오 진영의 지분 차이가 13%포인트 정도 나기 때문에 결국은 3월 31일 주총에서 의결권 위임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시세조종 조사 결과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가 공시한 공개매수설명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인 2월 28일에 카카오는 SM 주식 66만6천941주를, 카카오엔터는 38만7천400주를 장내매매로 취득했다.

하이브 측은 이에 앞선 2월 16일에도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68만3천398주)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지 연구원은 "만약 이 매입이 주가조작으로 인정돼 무산되고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리스크 요인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카카오 주주들의 권리 침해 문제가 대두된다.

최남곤 연구원은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는 이 계약이 카카오를 위한 것인지, 카카오엔터를 위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부정적인 이슈일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엔터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해야 하는데 그때 SM 주주 이익 역시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선희 배영경 채새롬 송은경 홍유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