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환경규제 밀려든다…현지 韓기업 '위기를 기회로' 활로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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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정부와 원팀으로 EU 인사 접촉…"CBAM을 시장 확대 발판으로"
LG화학 유럽서 대관업무팀 준비…무역협회도 EU 접촉·설득 지원사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필두로 한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 쏟아지는 EU발 규제…국내 기업 위기 고조
6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2019년에 발표한 '그린 딜' 전략에 따라 기존 환경 규제의 적용 대상과 기준을 대폭 확대·강화하는 추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CBAM, 공급망 실사 지침,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올해 도입할 예정이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처다.
EU는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에 대해 올해 10월부터 2025년까지 2년 3개월을 '보고 의무 부과 기간'(전환 기간)으로 정하고 2026년 10월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CBAM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철강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EU 수출액이 크고,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 공정의 비중도 높아 향후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지난해 한국산 철강재 수출량(2천568만t) 가운데 EU로의 수출량은 345만9천t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2020년 9.3%, 2021년 10.5%에 이어 대(對) EU 수출 비중은 오름세다.
작년 EU로의 수출 금액도 43억6천9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329억3천900만달러)의 13.3%에 달했다.
CBAM은 유럽 역내 기업에 적용하는 ETS와 같은 조처를 역외 기업에도 적용하겠다는 콘셉트로 탄생한 것인데, 신고 방식과 탄소배출 계산 방식에서 역내·역외 차별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ETS는 수출자가 신고하는 데 반해, CBAM은 수입자가 신고하게 돼 있어 수출자가 수입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경우 수출자의 원가 정보가 포함돼 기업의 영업 비밀이나 보안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크다.
또 EU는 ETS에서 탄소 직접 배출만을 따지지만, CBAM에서는 생산을 위해 사용한 전력 등의 탄소 간접배출까지 포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EU가 순환 경제 촉진을 위해 마련한 '에코디자인 규정'과 '신 배터리 규정'도 올해 중 발효될 예정이며 일부 유럽 회원국에서는 '플라스틱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화학 물질과 관련해서는 '화학물질 분류·포장 규정'(CLP)이 개정 시행될 예정이며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와 '특정 유해 물질 사용 제한 제도'(RoHS)에 적용을 받는 규제 물질이 연내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EU 환경 규제의 파급력·시급성·대응 난이도 측면에서 공급망 실사 지침과 에코디자인 규정 시행이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 실타래 하나씩 푼다…한마음으로 뛰는 정부·업계
이처럼 쏟아지는 규제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포스코와 LG화학 등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EU의 전방위 환경 규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정민 포스코유럽 브뤼셀사무소장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주벨기에유럽연합한국문화원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포스코는 CBAM을 기회로 삼아 EU 내 시장 확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며 "유럽 제철소를 제외하고 수출기업에서는 넘버원(1위)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브뤼셀사무소는 현재 프랑크푸르트 포스코유럽 대표법인 산하로, 2003년 폐소됐다가 EU 규제에 대한 전방위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2019년 재개소했다.
정 소장은 "우리 측은 ETS와 CBAM이 차별 없이 공정한 잣대로 경쟁하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본, 대만, 인도 등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EU에 CBAM의 탄소 배출량 계산 방식을 사업장 단위가 아닌 공정·제품 단위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 소장은 "현재 ETS가 사업장별 부과 방식인데, 이는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CBAM은 제품 단위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겠다고 돼 있으나 전체 제품 평균인지, 개별 EU 수출 제품별인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철강기업의 가동률은 100%가 아니라 평균 70∼80%"라면서 "CBAM이 시행되면 유럽 내 철강사들이 내수 판매를 확대할 기회가 더 열리겠지만, 그런데도 포스코 제품이 있어야 하는 고객사나 수입사에 좀 더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앞서 포스코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대형 고로 생산체제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사로는 처음으로 2020년 12월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의 상용화 검증을 마쳐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 소장은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전까지 탄소 저감을 하면서 EU의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무소에서 수집하고 발굴한 정보와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EU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아웃리치(접촉·설득) 활동을 정부와 원팀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법인을 둔 LG화학의 김진석 법인장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쪽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해 유럽 시장을 키우려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유럽에 대관 업무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무역협회는 향후 이행 법안에서 한국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달라며 EU 집행위원회와 의회 고위 인사를 접촉·설득해 힘을 보탰다.
정만기 협회 부회장은 2일 벨기에 브뤼셀 현지에서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카린 칼스브로 의원, EU 집행위 기후총국 디아나 아콘시아 외교·기후 담당국장, 비즈니스유럽 루이사 산투스 사무차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정 부회장은 "EU의 규제 당위성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나 규제 위주의 정책을 통한 탄소 감축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해 철강재를 생산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도입과 같이 규제를 넘는 파괴적 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LG화학 유럽서 대관업무팀 준비…무역협회도 EU 접촉·설득 지원사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필두로 한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 쏟아지는 EU발 규제…국내 기업 위기 고조
6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2019년에 발표한 '그린 딜' 전략에 따라 기존 환경 규제의 적용 대상과 기준을 대폭 확대·강화하는 추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CBAM, 공급망 실사 지침,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올해 도입할 예정이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처다.
EU는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에 대해 올해 10월부터 2025년까지 2년 3개월을 '보고 의무 부과 기간'(전환 기간)으로 정하고 2026년 10월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CBAM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철강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EU 수출액이 크고,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 공정의 비중도 높아 향후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지난해 한국산 철강재 수출량(2천568만t) 가운데 EU로의 수출량은 345만9천t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2020년 9.3%, 2021년 10.5%에 이어 대(對) EU 수출 비중은 오름세다.
작년 EU로의 수출 금액도 43억6천9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329억3천900만달러)의 13.3%에 달했다.
CBAM은 유럽 역내 기업에 적용하는 ETS와 같은 조처를 역외 기업에도 적용하겠다는 콘셉트로 탄생한 것인데, 신고 방식과 탄소배출 계산 방식에서 역내·역외 차별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ETS는 수출자가 신고하는 데 반해, CBAM은 수입자가 신고하게 돼 있어 수출자가 수입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경우 수출자의 원가 정보가 포함돼 기업의 영업 비밀이나 보안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크다.
또 EU는 ETS에서 탄소 직접 배출만을 따지지만, CBAM에서는 생산을 위해 사용한 전력 등의 탄소 간접배출까지 포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EU가 순환 경제 촉진을 위해 마련한 '에코디자인 규정'과 '신 배터리 규정'도 올해 중 발효될 예정이며 일부 유럽 회원국에서는 '플라스틱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화학 물질과 관련해서는 '화학물질 분류·포장 규정'(CLP)이 개정 시행될 예정이며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와 '특정 유해 물질 사용 제한 제도'(RoHS)에 적용을 받는 규제 물질이 연내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EU 환경 규제의 파급력·시급성·대응 난이도 측면에서 공급망 실사 지침과 에코디자인 규정 시행이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 실타래 하나씩 푼다…한마음으로 뛰는 정부·업계
이처럼 쏟아지는 규제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포스코와 LG화학 등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EU의 전방위 환경 규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정민 포스코유럽 브뤼셀사무소장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주벨기에유럽연합한국문화원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포스코는 CBAM을 기회로 삼아 EU 내 시장 확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며 "유럽 제철소를 제외하고 수출기업에서는 넘버원(1위)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브뤼셀사무소는 현재 프랑크푸르트 포스코유럽 대표법인 산하로, 2003년 폐소됐다가 EU 규제에 대한 전방위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2019년 재개소했다.
정 소장은 "우리 측은 ETS와 CBAM이 차별 없이 공정한 잣대로 경쟁하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본, 대만, 인도 등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EU에 CBAM의 탄소 배출량 계산 방식을 사업장 단위가 아닌 공정·제품 단위로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 소장은 "현재 ETS가 사업장별 부과 방식인데, 이는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CBAM은 제품 단위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겠다고 돼 있으나 전체 제품 평균인지, 개별 EU 수출 제품별인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철강기업의 가동률은 100%가 아니라 평균 70∼80%"라면서 "CBAM이 시행되면 유럽 내 철강사들이 내수 판매를 확대할 기회가 더 열리겠지만, 그런데도 포스코 제품이 있어야 하는 고객사나 수입사에 좀 더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앞서 포스코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대형 고로 생산체제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사로는 처음으로 2020년 12월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의 상용화 검증을 마쳐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 소장은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전까지 탄소 저감을 하면서 EU의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무소에서 수집하고 발굴한 정보와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EU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아웃리치(접촉·설득) 활동을 정부와 원팀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법인을 둔 LG화학의 김진석 법인장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쪽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해 유럽 시장을 키우려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유럽에 대관 업무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무역협회는 향후 이행 법안에서 한국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달라며 EU 집행위원회와 의회 고위 인사를 접촉·설득해 힘을 보탰다.
정만기 협회 부회장은 2일 벨기에 브뤼셀 현지에서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카린 칼스브로 의원, EU 집행위 기후총국 디아나 아콘시아 외교·기후 담당국장, 비즈니스유럽 루이사 산투스 사무차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정 부회장은 "EU의 규제 당위성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나 규제 위주의 정책을 통한 탄소 감축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해 철강재를 생산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도입과 같이 규제를 넘는 파괴적 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