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산·쑤저우 구직 행렬에 임금 하락…일감 없어 조업 단축

춘제(春節·설) 이후 인력난이 예상됐던 중국의 생산 기지에서 오히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구직난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지 매체 경제관찰보가 3일 보도했다.

인력난 우려했던 中 생산기지 구직난…"탈중국·수출감소 영향"
보도에 따르면 전자제품 생산 공장이 밀집한 장쑤성 쑤저우와 쿤산에서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장(珠江) 삼각주와 함께 중국의 양대 경제벨트인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에 속하는 이 일대 공장들은 그동안 하루 200∼300명을 채용해왔으나 지금은 하루 20∼50명만 뽑고 있다.

경제관찰보는 외지 노동자들이 쿤산과 쑤저우로 몰려들고 있지만, 대부분 일자리를 구하려면 오랜 기간 대기해야 하고, 심지어 몇 달 동안 취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쑤저우와 쿤산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업이 목적이라면 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하는 글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인력 중개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3년간 많은 공장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라며 "코로나가 진정되자 농촌에서 인력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받아 줄 공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알선할 수 없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개인 20여 명 중 절반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3년간 유지됐던 엄격한 방역 통제 정책이 작년 말 폐지됨에 따라 산업 현장이 정상을 회복,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장쑤성과 광둥성 등 생산 공장이 많은 지방정부들은 인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춘제 직후 전세기를 띄우거나 전세 버스를 동원, 광시나 구이저우, 쓰촨 등지에서 고향에 돌아갔던 노동자들을 데려오는 등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인력난 우려했던 中 생산기지 구직난…"탈중국·수출감소 영향"
인력 수급 불균형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도 내리고 있다.

작년 쿤산 폭스콘 공장에서 32위안(약 6천100원)의 시급을 받던 한 노동자는 현재 20위안(약 3천800원)만 받고 있다.

인력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간당 평균 24위안(약 4천500원)이었던 전자업체 평균 임금이 올해 20위안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수년 새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조업 단축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쑤저우의 한 컴퓨터 생산업체 직원은 "생산 라인 가동이 줄었고, 야근이 사라졌다"며 "폭스콘과 광다 등 기존 거래처들이 주문을 대폭 줄이면서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산 감소와 고용 부진은 중국 내 생산 업체들이 공장을 동남아로 속속 이전하고 글로벌 경제 침체에 따라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경제관찰보는 분석했다.

상하이의 한 전자 부품 생산업체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폭스콘 등 주요 거래처가 생산 거점을 베트남과 인도로 옮기면서 이들 업체 납품이 줄었다"며 "올해 1∼2월 부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9%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상황을 반영하는 상하이항과 닝보항의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은 평균 1만∼2만위안(약 189만∼379만원)으로 떨어졌다.

2021년 한 때 수십만위안까지 치솟았던 컨테이너 운임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예년 수준인 2만∼3만위안(약 379만∼568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글로벌 주문 급감으로 인해 중국의 주요 수출항인 선전시 옌텐항과 둥관항에 빈 컨테이너들이 쌓여있고, 일감이 없어 멈춰 선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SCMP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수출이 중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난 우려했던 中 생산기지 구직난…"탈중국·수출감소 영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