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독일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대표(왼쪽부터),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독일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대표(왼쪽부터),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쉰 살이 넘고 나서야 브람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을 대하는 여유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기고 있어요. 이제야 비로소 음악을 대할 때 마음이 편안하달까요.”

2일 서울 강남대로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독일 명문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의 내한공연 간담회. 2012년부터 이 악단 수석객원지휘자를 맡아온 정명훈(70)이 등장하자 그의 고희(古稀)를 축하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멋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한 정명훈은 “음악을 하면서 시간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도 늘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1548년 설립된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는 하인리히 쉬츠,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리하르트 바그너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거쳐간 명문 악단이다. 475년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의 이번 공연은 조금 더 특별하다. 해외 악단들이 보통 아시아 투어의 일부로 한국을 들르는 것과 달리 오직 한국에서만 여섯 번의 공연을 열어서다. 정명훈은 “해외 악단과 일본 중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 무대에 단독으로 오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한국의 위상과 음악적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아주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대표는 악단에서 정명훈의 존재가 각별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단원들에게 대부와 같은 존재입니다. 독단적으로 악단을 끌고가기보단 연주자들이 음악을 자발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주죠. 정명훈과 단원들 사이에는 상호 존중과 두터운 신뢰가 자리하고 있어요. 정명훈의 일흔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한국에서만 공연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지난주 드레스덴에서 악단과 호흡을 맞췄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잘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2009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정명훈에 대한 존경심도 밝혔다. “함께 무대에 오를 때마다 영광스러워요. 어릴 때부터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면서 지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힘들었습니다(하하).”

정명훈 또한 조성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성진은 첫 만남 때 아이가 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음악 자체를 이해하는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이제 어른이 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조성진은 겸손함을 지키며 음악가로서의 길을 잘 가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입니다.” 그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내가 했던 것보다도 몇 배나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서 보게 되는 또 다른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는 2일 세종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롯데콘서트홀(3일), 아트센터인천(4일), 서울 예술의전당(5일) 무대에 올라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등을 들려준다. 오는 7~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협연자 없이 브람스 교향곡 전곡(1~4번)을 이틀에 걸쳐 완주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