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까다로운 美 반도체 보조금에 삼성·하이닉스 고심
미국 정부가 2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보조금 신청을 받는 가운데 보조금 신청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보조금을 받게 되면 중국에 10년 동안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는 데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보육 지원 계획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 세부 조건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 공장 직원과, 공장을 건설하는 노동자를 위한 보육 지원 계획을 요구할 계획이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을 위해 총 390억달러(약 50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했으며 28일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상무부는 1억5천만달러(약 2천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보육 지원 계획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보조금 신청 기업이 향후 5년간 자사주 매입계획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이 붙으면서 외국 기업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혜택을 받으려면 '가드레일 조항'이라 불리는 조건에 동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중국을 비롯해 미국이 지정하는 '우려 대상 국가'에 10년 동안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중국 내 시설을 고도화할 계획은 없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보조금 혜택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데다가 실제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마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난처한 표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다만 부지 등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신청과 관련한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나오면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며 "아직 보조금을 신청할지 안 할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며 "세부 조건이 발표되면 내용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