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 아파트 월세가 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내린 가운데, 37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까지 대기하고 있어 월세 하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 사이트 '아파트먼트 리스트'가 집계하는 미국 52개 주요 대도시의 아파트 월세 중간값은 1월 1천338달러(약 176만원)로 전월(1천343달러)보다 내리면서 6개월간 3.5% 하락했다.

이 기간 시애틀에서는 8%, 보스턴·라스베이거스에서는 6%씩 내리는 등 조사 대상 대도시 가운데 임대료가 상승한 곳은 없었다.

이처럼 6개월 연속해서 월세가 하락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라고 아파트먼트 리스트는 전했다.

또 아파트 공실률도 지난해 가을 이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20년 말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된 이후 억눌렸던 부동산 수요가 폭발하면서 아파트 월세는 지난 2년간 25%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의 월세 하락세는 대기업 등의 감원 우려가 커지면서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이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음을 시사한다고 WSJ은 관측했다.

현재 가족이나 친구와 동거 중인 예비 세입자들도 여전히 높은 월세로 인해 아파트 임대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1986년 이후 최대 규모인 신규 아파트 50만 채가 올해 공급되면서 아파트 임대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부동산 데이터업체 코스타그룹은 전망했다.

주택 매물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신규 아파트 공급으로 세입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연간기준으로 20% 올린 지난해 초처럼 추가로 인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세입자들의 임대차 계약 갱신 비율이 같은 달 기준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2%로 떨어지는 등 신규 아파트 공급이 이미 임대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아파트시장 분석업체인 리얼페이지는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집값 지표인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집값이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3.6% 떨어진 것도 임대료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지난달 임대료 등 주거비용이 작년 동기 대비 7.9%나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은 아직 이런 트렌드가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월세는 최근 하락세에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0∼30% 높은 수준이다.

美 아파트 월세, 6달 연속 하락…'37년만 최대 공급충격'도 대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