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태영건설
사진=태영건설
건설사들의 수난시대다. 금리 급등에 따른 주택 수요 위축에 부동산 금융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받아줄 기관투자가를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잇따른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면서 경색된 부동산금융 시장이 풀리는 듯하지만 건설사들을 바라보는 기업 분석 전문가들의 시각은 아직도 싸늘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계열사이자 국내 최초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건설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태영건설의 재무위험 좌우할 3조원 PF, 요소별로 까보니 [알부자]
건설사 중에서도 리스크(위험) 수준을 높게 보는 건 태영건설이다. 주택 시장이 빠르게 침체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시장 경색으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진 대표적인 건설사 중 한 곳이라서다.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지방과 수도권에서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2020년 티와이홀딩스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이전되고 차입금은 남으면서 한 차례 재무안정성이 흔들렸던 경험이 있다. 여기에 신규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과 자금 소요가 크게 늘었다. 이같은 변화가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의 배경이 됐다.

실제 태영건설의 별도 기준 PF 보증 규모는 2020년 말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원까지 증가했다.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925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4556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특수관계자 유동화증권 매입과 자금대여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순차입금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올 1월 주주사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추가 현금 확보를 통해 단기적인 유동성 부담을 완화했지만 PF 보증 관련 리스크 해소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태영건설의 재무위험 좌우할 3조원 PF, 요소별로 까보니 [알부자]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지난해 말 별도 기준)는 3조원인데, 이 중 본 PF 전환 후 공사비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분양률(75% 이상)을 기록한 사업장이 1조1000억원 규모다. 준공 후 임대 분양 예정인 현장도 2000억원 규모다. 이를 뺀 착공 이후 분양 초기와 분양 예정 사업장인 4000억원 수준이다. 미착공 예정 사업 규모도 1조2000억원에 달해 1조7000억원이 향후 태영건설의 PF 보증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기별로 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2375억원이다. 태영건설에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보증 PF 론 중 8142억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와 차환 부담이 있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론 중 오는 5월 만기인 구미 꽃동산민간공원특례사업(1400억원)의 경우 태영건설이 시행 지분을 보유한 실질적 자체 사업에 해당돼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724억원 규모 김해 삼계지구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태영건설의 재무위험 좌우할 3조원 PF, 요소별로 까보니 [알부자]
태영건설은 다른 경쟁 건설사들에 비해 수익성 저하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편이다. 공사 진행률에 탓에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부진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실제 광명역세권, 창원유니시티 등 채산성이 좋은 자체 개발 사업장은 순차적으로 준공됐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후 철근, 시멘트 등 자재가격 강세, 인건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1분기 7.5%, 2분기 0.9%, 3분기 2.3%로 집계됐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진행 사업장의 원가율 수준, 초기 단계인 개발사업 관련 원가·비용 투입을 감안하면 수익성 회복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에서 태영건설의 장기 신용등급은 A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계열의 추가 지원 가능성 등에 따라 신용도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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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