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등이 이어령 선생 소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등이 이어령 선생 소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어령 선생은 내 오랜 친구이자 남편, 그리고 늘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걸 주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24일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어령 선생 1주기 추모식에서 그를 이렇게 회고했다. 고인의 부인인 강 관장은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자다. 이날 국립중앙도서관에선 추모식과 함께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序)’ 개막식이 열렸다. 전시는 25일부터 오는 4월 24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시대의 지성.’ 1933년(호적상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이어령 선생을 수식하는 말이다. 지난해 2월 26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저항의 문학> <디지로그>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쳤다. ‘세대’ ‘새벽’ ‘문학사상’ 등 문예지 창간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을 맡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인이 생전 모은 만년필과 서류 가방, 안경, 마지막 저서 <눈물 한 방울>을 집필할 때 사용했던 책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어두운 ‘침묵의 복도’를 지나면 나오는 ‘창조의 서재’ 코너에는 굴렁쇠를 닮은 둥그런 원 세 개에 각각 고인의 소장품을 전시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이 선생이 아이디어를 낸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의 ‘굴렁쇠 소년’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했다. 고인이 손자를 안아주는 순간 등 평소 모습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장을 둘러본 강 관장은 “전시회 제목으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서(序)’를 붙인 게 인상적”이라며 “이 선생이 무덤에서 나와 새 삶을 시작하는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은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속 “끝은 없어. 이어지고 펼쳐질 뿐”이란 고인의 말에서 따왔다.

전시장 곳곳에는 “아무도 가지 않던 길을 한 발 가보는 것. 그 재미로 살았어요” “오늘이 제일 아름다워. 지금 여기” 등 이어령 선생이 생전 책과 인터뷰에 남긴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