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직시해야 할 현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가 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의 투쟁에 대한 지지는 적절하다. 하지만 냉철한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해보자. 우크라이나는 국토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미국 돈을 끝없이 가져다 쓸 권리는 없다. 중국이 러시아 군대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도 있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위험을 높인다. 이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그럴듯한 종전에 대한 얘기를 꺼내야 할 때다.

아무도 영토 양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조건부 영토 협정이나 휴전이 필요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수년간의 전쟁보다는 나은 해결책이다.

우크라 종전·휴전 협상 시작할 때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20년간 가장 성장이 더디고 부패한 유럽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용기 있는 우크라이나 전사들에게 준 백지 수표가 뚱뚱한 우크라이나 과두 정치인들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고통스러운 양보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용인해달라고 요구함으로써 서방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러시아를 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열망과 달리 러시아 제국은 지난 2세기 동안 다른 유럽 제국들이 그랬듯 패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만회해보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서의 처참한 패배는 이를 가속화했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나머지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이란 생각은 터무니없다. 푸틴은 바보가 아니다. 그에게 전할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평화에 대한 서방의 열망을 나약함으로 착각하지 말라.

中과 경쟁 등 큰 그림 그려야

유럽 동맹국에 전할 메시지도 있다. 지난 1년간 유럽 동맹국은 얼마나 훌륭한 성과를 거뒀는가. 자축할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의 주역은 미국이다. 유럽의 기여를 비하하진 않는다. 미국 정부와 국민은 100년 이상 수차례에 걸쳐 강대국의 약탈로부터 유럽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만약 미국이 1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씻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쯤 독일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거래를 축하하기 위해 크렘린궁에서 샴페인 잔을 들고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미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도 중국과의 긴 투쟁에 소요되는 군사적 전략적 역량을 고갈시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빠듯한 예산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약속한 1000억달러 지원은 국방비 지출 증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과가 불확실한 전쟁을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이 나약해질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보다 미국이 더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ill the Ukraine War Push the West Toward a New Realism?’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