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스코텍 공시. (자료=금감원)
24일 오스코텍 공시. (자료=금감원)
오스코텍이 SYK 선택적 억제제인 세비도플레닙(Cevidoplenib)의 유효성 임상에서 유의미한 통계값 확보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경쟁 약물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효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시판 중인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SYK 저해제 SKI-O-703 임상 2상 탑라인 데이터 수령’ 제목의 정정공시를 했다. 전날 공시에서 누락된 P값(p-value)이 추가됐다. 혈소판 개수 3만/μL 이하의 만성 면역혈소판감소증(ITP)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혈소판은 골수에서 태어나고 우리 몸에 출혈이 생기면 지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상 수치는 15만~45만/μL이다. 급성 ITP는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반면 만성 ITP는 대개 증상이 서서히 발생하고 장기간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며, 수년 이상 지속된다. 현재 만성 ITP의 치료 목적은 수치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출혈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수치의 유지다.

세비도플레닙의 만성 ITP 임상 2상에는 61명이 참여했다. 위약군, 200mg 투약군, 400mg 투약군에 12주간 하루 2번 경구 투여한 후 4주간의 추적관찰을 통해 혈소판 증가 여부를 관찰했다.

1차지표는 혈소판 수치 3만/μL 이상과 기저 시점 대비 2배 이상 개선이다. 하지만 유의미한 통계 확보에는 실패했다. 위약군 대비 투약군 200mg의 P값은 0.504다. 위약군 대비 투약군 400mg의 P값은 0.151이다. 모두 0.05를 훌쩍 넘었다.

통계값을 확보하지 못한 결정적인 배경은 위약군에 있다. 위약군의 반응률은 33.3%(신뢰구간 95% CI 9.92~65.11)이다. 200mg 투약군 반응률은 46.2%(신뢰구간 95% CI, 26.59~66.63), 400mg 투약군 반응률은 63.6%(신뢰구간 95% CI,40.66~82.80)이다. 위약군의 신뢰구간에서 최고 반응 수치는 65.11로 200mg 투약군의 신뢰구간 최고 수치 66.63과 큰 차이가 없다. 위약군의 일부 환자에게서 투약군만큼의 혈소판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의미다.

오스코텍은 현재 임상 중인 약물과 비교하며 고무적인 성과라고 자평했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이번 임상을 통해 오스코텍의 SYK 저해제가 현재 후기 임상 단계에 있는 다른 경쟁 약물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효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뛰어난 안전성과 복용의 편의성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신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아 시판 중인 약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YK 선택적 저해제 계열에서 세비도플레닙과 같은 면역혈소판감소증 적응증으로 개발에 성공한 치료제는 리겔파마슈티컬스(Rigel Pharmaceuticals)의 포스타마티닙(Fostamatinib)이 있다.

포스타마티닙은 품목허가의 데이터로 사용된 1차지표가 혈소판 수치 5만/μL이 기준점이다. 세비도플레닙 3만/μL 보다 2만/μL 더 높게 잡은 것이다. 추적 기간도 더 길다. 14~24주 동안 2주마다 혈소판 측정, 총 6회 중 최소 4회에서 혈소판 수 5만/μL 이상의 안정적인 반응을 1차지표 달성으로 정의했다.

세비도플레닙 데이터와 가장 큰 차이는 위약군에서 반응률이 현저하게 낮게 나오면서 P값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포스타마티닙는 미국 품목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위약군 49명 중 1명(2%), 투약군 101명 중 18명(18%)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P값은 0.0003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도 발표했다. 임상 참여자수는 오스코텍의 세비도플레닙 임상 2상 규모와 비슷하다. 포스타마티닙 투약군 22명 중 8명(36%), 위약군 12명 중 0명(0%)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P값은 0.030이다.

오스코텍 측은 3만/μL 기준점과 관련해 “2차 지표에서 5만/μL에 대한 분석을 했다”며 “P값은 확보하지 못했으나 데이터는 있다”고 했다. 이어 “임상 2상은 통계적 유의성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며 “최소한 효과가 있는지, 치료제로서 반응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성 ITP는 재발이 많은 만큼 유지 기간이 중요하다. 4주 추적관찰에 대해서 회사 측은 “세비도플레닙은 생물학적 기전으로 봤을 때 4주 이후에 약효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반면 포스타마티닙은 세비도플레닙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관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24일 17시 2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