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와 바위들이 사라졌다"…아파트 단지에 무슨 일이? [이현일의 아파트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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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편]단독 주택엔 살지 못해도 정원은 갖고 싶다
②아파트 조경수(나무)의 세계 下
"조경은 진경산수 말고 리조트처럼 해줘요"
②아파트 조경수(나무)의 세계 下
"조경은 진경산수 말고 리조트처럼 해줘요"
“조경은 진경산수 말고 리조트 풍으로요 해주세요. 제가 해외에 살 때 공원이 말이죠...”
건설사 조경 담당자들이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를 전후해 주민들을 만나면 많이 듣는 말이다. 아파트의 조경 트렌드도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1세대 지상공원 아파트 조경은 한국의 산과 숲을 본 뜬 진경산수화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둬 '큰 나무'를 '많이' 심고 아름다운 바위를 배치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여파로 원가절감의 암흑기가 있었고, 다시 돌아온 호황기엔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조경이 유행하며 2세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병충해에 강하고 잘 죽지 않아 1980~1990년대 조경수로 많이 썼던 은행나무는 열매의 악취 때문에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다. 아파트와 공원 등에 많았던 향나무는 최근엔 분재 향나무 등을 제외하고는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 과실수 등 다른 나무에 향나무 녹병과 같은 병충해를 옮긴다는 게 알려지면서 기피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나무 종류의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많이 심었던 자작나무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더 이상 심기 어려워졌다. 최근엔 태백, 횡성, 인제 등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백일홍 꽃이 피는 배롱나무는 예전엔 부산이나 광주 등 남부지방 아파트에 심었으나 최근엔 서울 아파트에도 많이 식재한다. 삼성물산 등은 추위에 약해 남부 지방에만 자라던 꽃나무 목서를 최근 서울 아파트 단지에 자주 활용한다. GS건설은 제주도에서 팽나무를 공수해와 신축 단지에 많이 심는다.
나무 관리를 위해 첨단 기술도 동원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계열 HDC랩스에선 고가의 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에 스마트센서를 부탁해 실시간으로 나무의 상태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아파트 탐구>는 아파트의 건축 기술과 디자인 등의 발전상과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실수요자들이 좋은 아파트를 고르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 로그인하면 연재 기사를 비롯해 재미있는 부동산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건설사 조경 담당자들이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를 전후해 주민들을 만나면 많이 듣는 말이다. 아파트의 조경 트렌드도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1세대 지상공원 아파트 조경은 한국의 산과 숲을 본 뜬 진경산수화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둬 '큰 나무'를 '많이' 심고 아름다운 바위를 배치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여파로 원가절감의 암흑기가 있었고, 다시 돌아온 호황기엔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조경이 유행하며 2세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숲과 자연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조경 콘셉트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공원과 리조트 등을 모방한 현대적 정원을 꾸미기 위해 소나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와 풀을 심어 사계절 다른 풍경을 연출하는 추세다. 젊은 입주자들이 전통 산수를 고집하지 않고 체험·휴식 등 실용적인 공간 조성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기 위한 '다층식재 기법'도 보편화됐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를 단순 구분하던 데서 한 단계 발전한 기법이다. 길 가까이엔 꽃이 피는 초화류를 배치하고 그 뒤로 키가 작은 관목에 이어 높이 2~3m의 중교목을 차례로 심는다. 높이 8m 이상의 교목은 요소 요소의 중심에 배치한다. 건설사별로 고유한 디자인 콘셉트를 내세우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현대 미술관을 본떠 조각품 등 미술품을 전시한 공원과 같이 단지 조경을 꾸미고 있다. GS건설은 엘리시안 리조트를 아파트 단지로 옮겨온 듯한 콘셉트를 활용한다. 박도환 GS건설 건축·주택디자인팀 조경책임은 "최근엔 아파트 건물 외관과 조경 시설물, 나무와 풀과 꽃의 조화를 고려해 통합 설계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해외 설계사도 많이 활용한다. 서울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은 하버드대 조경학과 교수 크리스 리드(Chris Reed)가 이끄는 전문 조경설계 스토스(STOSS)의 설계를 동원해 사업을 수주했다. 이용욱 대우건설 외부환경디자인팀 과장은 "대우건설이 최근에 짓는 단지는 녹시율(녹지가 눈에 보이는 비율)을 최대한 높여 입주민 가족이 아파트 지상에 나왔을 때 휴식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도록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기후변화로 나무의 종류도 달라져
최근 아파트의 조경 콘셉트가 변화면서 주민들이 소나무를 고집하지 않아 소나무 비중은 줄어드는 등 조경수의 종류도 여러가지 이유로 달라지고 있다.병충해에 강하고 잘 죽지 않아 1980~1990년대 조경수로 많이 썼던 은행나무는 열매의 악취 때문에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다. 아파트와 공원 등에 많았던 향나무는 최근엔 분재 향나무 등을 제외하고는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 과실수 등 다른 나무에 향나무 녹병과 같은 병충해를 옮긴다는 게 알려지면서 기피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나무 종류의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많이 심었던 자작나무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더 이상 심기 어려워졌다. 최근엔 태백, 횡성, 인제 등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백일홍 꽃이 피는 배롱나무는 예전엔 부산이나 광주 등 남부지방 아파트에 심었으나 최근엔 서울 아파트에도 많이 식재한다. 삼성물산 등은 추위에 약해 남부 지방에만 자라던 꽃나무 목서를 최근 서울 아파트 단지에 자주 활용한다. GS건설은 제주도에서 팽나무를 공수해와 신축 단지에 많이 심는다.
다양한 초화류와 수목 관리 어려워져
나무와 풀이 다양해지다보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자연 강우에만 의존하면 풀이나 나무가 말라 죽을 수도 있다. 예전처럼 경비 아저씨들이 손으로 물을 주는 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안개처럼 물을 뿜거나 흙에 물을 흘려주는 관수시설을 설치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일부 사각지대는 직접 관리사무소에서 물뿌리개로 물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가뭄이 든 일부 지역 아파트 단지는 나무와 풀을 살리기 위해 물차를 동원하기도 했다.나무 관리를 위해 첨단 기술도 동원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계열 HDC랩스에선 고가의 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에 스마트센서를 부탁해 실시간으로 나무의 상태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아파트 탐구>는 아파트의 건축 기술과 디자인 등의 발전상과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실수요자들이 좋은 아파트를 고르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 로그인하면 연재 기사를 비롯해 재미있는 부동산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