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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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 매입하게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쌀 의무매입 기준을 다소 완화한 수정안을 내놨지만, 정부·여당은 "의무매입이 유지되는 한 쌀 수급과잉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24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27일 본회의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초 24일 상정이 유력시됐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 측에 단독처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민주당이 전날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민주당이 제시한 수정안은 초과공급된 쌀을 의무매입하는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기준을 소폭 완화했다.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이상 하락시' 정부가 의무매입하도록 한 기존안에서 기준을 각각 5%이상과 8%이상으로 완화했다.

기존안에 따르면 쌀을 의무매입해야했던 생산량 증가 3~5%구간과 쌀값 하락 5~8%구간에서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날 경우 정부가 쌀을 매입하지 않을 재량권 등도 수정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의무매입을 유지하는 한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무적으로 국가가 양곡을 매입하면 과잉생산만 부추길 뿐"이라며 "쌀 농사가 수월해 많은 농민이 서로 한다는데 지금도 남아도는 쌀을 의무매입하면 농업 자체 기반이 붕괴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현재 연간 20만t 수준인 쌀 초과공급량이 2030년 46만8000t 수준으로 늘고, 쌀 가격은 80kg 기준 17만7000원 수준으로 2017~2021년 평균 가격 19만3000원보다 8.3%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준이 달라져도 얼마를 초과 생산하든 정부가 사줄 것이라는 시그널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경작이 쉬운 벼 대신 밀,콩,가루쌀 등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할 유인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뿐 아니라 농민들의 실익도 크지 않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잉 공급으로 쌀 값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쌀 농사 유인이 떨어지고, 이로인해 이듬해 공급량이 줄면 쌀 값이 이상 급등하는 식으로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며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농민들로서도 손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정부·여당이 애써 수정안에 합의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앞서 수 차례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대통령이 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재적 과반 출석과 출석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법률로 확정된다. 민주당의 의석수 169석으론 재의결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