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세금인데"…휘발유 도매가 공개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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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르면 다음달부터 휘발유 도매 가격이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24일)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관문만 남겨두고 있는데, 정부 말대로 기름 값 인하 효과가 있을지 이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휘발유 도매 가격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합니다.
핵심은 휘발유 도매 가격을 판매 대상과 지역 별로 세세히 밝히라는 것. 정유사 간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떨어 뜨리겠다는 의도입니다.
유가가 급등했던 2009년에는 영업 비밀 침해라는 이유로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정부 의지가 강한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고통 받는 서민 부담을 덜어 주고, '역대급 돈잔치'를 벌인 정유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겁니다.
정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우선 다른 나라보다 기름값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휘발유 IL 가격이 OECD 평균보다 600원 이상 저렴합니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100% 수입해 마진을 붙여 수출합니다.
정유 4사의 평균 수출 비중은 5~60% 대로, 수익의 절반 이상이 내수가 아닌 수출에서 나온다는 설명입니다.
더욱이 기름 값 절반은 세금입니다. 휘발유 가격을 낮추려면 세금 인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책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같은 휘발유라도 저장·판매 위치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며 "결국 같은 도매 가격에 팔아야 한다면 정유사의 원가 절감 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경쟁사보다 더 높은 마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추진 당시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유사의 가격 상향 동조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압박하는 횡재세 역시 세금 하나가 더 붙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이 됩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 횡재세를 과세한다면 투자 계획 위축, 생산 감소 등 정유 산업을 위축시키고, 가격 공개 등 과도한 규제는 결국 에너지 안보 약화나 경제 산업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 고통을 이유로 가격, 즉 시장에 개입한다지만 정책 효과는 없고 기업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영상편집: 김준호, CG: 조윤주]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