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조합원, 국민신문고에 의혹 규명 진정…경찰, 수사 전망

기아 노조가 쟁의기금 수억원을 들여 산 단체 티셔츠를 두고 조합원들이 '재고품 구매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3일 기아 노조 조합원들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9월 쟁의기금 4억 6천만원을 들여 장당 1만6천원에 단체 반소매 티셔츠를 구매,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

'재고 티셔츠 구매?'…기아 조합원, 노조에 관련 회계자료 요구
조합원들은 그러나 티셔츠의 재질이 상대적으로 값싼 나이론 86%·폴리우레탄 14% 합성인 데다가 라벨은 의류 업체가 아닌 모 가구업체의 라벨이 붙어 있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광명 소하리 공장에 티셔츠를 나눠줬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후 광주 공장에 배부할 때부터는 티셔츠의 라벨을 가위로 잘라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받아 본 조합원들은 제조사와 생산연도를 알 수 없도록 한 것 아니냐며 항의했고, 일부는 티셔츠를 찢거나 "이게 1만6천원짜리냐"라는 문구를 써서 사진으로 공유했다.

입찰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에서 티셔츠 사업 보고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8월 23일이고, 티셔츠 지급이 이뤄진 것은 같은 해 9월 5일(광명 소하리 공장 기준)이다.

입찰공고(평균 7일), 서류 접수, 현장실사, 제작업체 선정까지 신속히 진행했다고 해도 티셔츠 생산 기간은 같은 해 9월 2일∼4일까지밖에 되지 않는다.

조합원들은 "정상적인 입찰 과정을 거친 것이 맞느냐", "재고품을 준 것 같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원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티셔츠를 누가 어디서 언제 제작했는지, 티셔츠에 왜 모 가구업체의 라벨이 부착돼 있는지, 입찰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밝혀달라는 내용증명을 노조 측에 보냈으나, 반송됐다"며 "노조는 '지부에 와서 자료를 열람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본인은 티셔츠 관련 의혹 해명은 노조 소식지나 홈페이지 소통 공간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B씨는 지난 1월 12일 이 사건을 수사해 달라며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제기했다.

관할 경찰서인 경기 광명경찰서는 지난 2월 2일 B씨를 불러 상담했으나, 진정 내용만으로는 범죄 사실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B씨 동의를 받고 진정을 반려했다.

이에 B씨는 지난 20일 자료를 보강해 국민신문고에 다시 진정을 제기한 상태이다.

노조는 내달 6일 대의원 대회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