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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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의 기적'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성공시키며 수년간 이어져 온 'SM-JYP-YG' 3강 구도를 깼던 하이브(전 빅히트뮤직)가 급기야 SM엔터테인먼트의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세계 메이저 음악 회사들에 견줄 K팝 공룡이 탄생할 거란 기대감에 외신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팬들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SM 지분 14.8%에 대한 매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22일 K팝 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 주목하는 것은 K팝 시장 내 독과점 문제, SM의 독립성 보장 등이다. 두 회사가 합쳐진다면 하이브는 전체 시장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를 갖게 되는데,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국내 음악 시장의 활성화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이틀 전 SM은 "독과점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것은 결국 팬분들"이라며 양사 간 싸움에 직접적으로 팬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 예로 하이브 산하 여러 레이블의 잇따른 공연 티켓 가격 상승을 언급했다. 하지만 SM도 최근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 예매 수수료를 인상한 게 화제가 돼 큰 공감을 얻진 못했던 바다.

특히 독립성 보장은 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아티스트 활동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하에 창작물에 대한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레이블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며, SM 아티스트들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팬들을 자극하는 데에는 박지원 하이브 CEO의 발언 및 입장이 화근이 됐다. 방탄소년단의 북미 성과를 언급하며 "SM 아티스트의 북미 진출을 도와줄 수 있다"거나 'SM 3.0' 멀티 제작센터/레이블과 관련해 "우린 3년 정도의 기간을 갖고 준비한 거라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등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된 발언이 SM 아티스트 및 팬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처
사진=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처
팬들은 "1대 주주가 된 건데 경영권을 다 가진 것처럼 말한다", "누가 보면 SM은 북미 진출 안 한 줄 알겠다", "왜 자꾸 노하우로 발판을 만들어준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냐", "얘넨 이미 사장이네", "거만한 태도다", "독립성 보장한다더니 자꾸 뭘 돕겠다는 거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간 SM이 쌓아온 업적에 대한 존중 없이 섣부른 입장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지분을 인수하고 1대 주주로서 충분히 밝힐 수 있는 비전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팬들도 하이브의 입장 발표를 절대적으로 환영하진 않다는 점이다. 하이브는 그간 팬덤 핸들링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회사의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과도한 팬 장사를 한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는 현시점에서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팬들은 "빅히트가 하이브 되면서 엉망진창일 때도 못 받아본 팬들을 향한 편지를 이제야 받아보네", "있는 아티스트한테나 잘하라", "여자친구 맡더니 결론은 해체 아니었느냐" 등 다소 회의적인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 모두 과도한 여론전을 자제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해 팬들 역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K팝의 흐름을 저해해선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업계의 성장을 지켜봐 온 입장으로서 안타깝다"며 "팬덤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감정싸움 식의 대응은 지양해야 한다. 아티스트도 동요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