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국 활동 심각한 수준…외교·인권 문제로 대응 자제하라 외압도"
호주 정보당국 수장 "오커스 출범 후 호주 내 스파이 급증"
호주 내 해외 정보기관들의 활동이 전례 없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출범 이후 외국 첩보 기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호주 정보당국이 밝혔다.

22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마이크 버지스 원장은 전날 캔버라에서 열린 연례안보위험평가 보고회에서 "더 공격적인 대 간첩 태세를 취하고 있으며 최근 대규모 스파이 집단을 제거하기도 했다"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호주인이 외국 스파이의 표적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버지스 원장은 전직 국방 전문가 등 정부 공직자와 금융인, 의사, 경찰, 언론인, 법조인 등을 포섭하려는 외국 첩보기관의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퇴직한 고위 국방 관계자들이 외국 군대의 훈련을 총괄하고 국방 관련 전문지식을 타국에 인계하는 사례가 많았다"라며 "이는 거액을 받고 국익을 파는 것으로 간첩 행위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군 정보당국은 중국이 영국과 미국, 호주 등 서방의 퇴역 조종사들을 거액에 고용해 자국 공군 훈련에 활용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또 "수십 개의 호주 언론 매체를 해킹하려는 반복적인 시도를 감지했다"라며 온라인 해킹을 통한 접근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최대 건강보험사가 해킹되며 97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등 각종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호주 사이버 보안 센터(ACSC)는 지난 회계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에 랜섬웨어 등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 피해 신고는 총 7만6천 건이라며 호주가 국제 해커 집단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정부는 안보를 우려해 호주 정부기관에 설치된 중국산 감시 카메라와 영상 기록기 등을 일제히 철거하기도 했다.

버지스 원장은 특히 적성국 첩보기관의 온·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2021년 9월 오커스 동맹 출범 이후 심각한 수준으로 늘었다며 "오커스 동맹국들은 우리가 우리와 그들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호주를 겨냥한 스파이 활동이 급증했지만, 일부 당국자들과 학계, 기업, 인권단체들은 ASIO에 활동을 자제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SIO의 대응이 무분별한 감시와 불필요한 인권 침해를 일으키고, 타국과의 외교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응을 완화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자유당의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은 "(현 정권이) 중국과의 무역 회복을 위해 ASIO에 대중국 정보 활동을 완화하라는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