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법정 협의기한 내달 24일…"협의 마무리 단계"
자연보전 vs 개발 충돌…1980년대부터 추진돼 정권따라 부침
5개 검토기관 의견 '부정적'…허가시 '너도나도 추진' 우려도
'40년 논란' 설악산 케이블카 운명은…환경평가기한 한달 앞으로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는 40년 묵은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면서 "다만 언제 의견을 낼지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법에 정해진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간은 공휴일과 토요일을 제외하고 45일인데 부득이하면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강원 양양군은 작년 12월 28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법적으로는 다음 달 24일까지 환경청이 의견을 밝혀야 한다.

환경청이 낼 수 있는 답은 동의(조건부 동의), 부동의, 반려이다.

동의면 사업이 추진되고 다른 답이면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두고 천연기념물 산양 등 지켜야 할 동식물이 사는 천혜의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연을 활용해 낙후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친다.

케이블카가 산을 걸어 오르는 등산객을 줄여 결과적으로 환경피해를 줄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케이블카 설치 후 탐방객이 늘어난 덕유산국립공원 반례도 존재한다.

케이블카가 장애인과 고령자 국립공원 접근성을 높인다는 주장엔 국립공원 무장애 탐방로(65개 구간 55.43㎞)가 전체 탐방로(617개 구간 2천11㎞) 2%에 불과하고 공원까지 이동편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상황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교통취약자를 끌어들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오색~끝청 3.5㎞에 케이블카…지역선 '40년 숙원사업'
'40년 논란' 설악산 케이블카 운명은…환경평가기한 한달 앞으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옆 끝청까지 약 3.5㎞(하부정류장에서 상부정류장까지 3.3㎞)에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설악산엔 1972년 설치된 케이블카가 이미 있다.

이 케이블카는 속초시 쪽 공원 입구(외설악)에서 권금성을 잇는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하나 더 놓자는 주장은 1980년대부터 나왔다.

1981년 6월 당시 속초시를 방문한 교통부 장관이 노루목고개에서 칠성봉까지 10㎞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는 기록도 있다.

강원도는 1982년 8월 당시 건설부와 함께 '오색지구에서 중청봉' 등 3개 구간 중 하나에 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면서 문화재위원회에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시도는 문화재위에서 가로막혔다.

지역에서는 이때를 기점으로 삼아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40년 묵은 숙원사업'이라고 부른다.

사업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2007년 자연공원을 개발구역에 포함하는 '동·서·남해안특별법'이 제정되자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었다.

이후 2008년 자연공원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2010년 국립공원 케이블카 연장 제한을 2㎞에서 5㎞로 늘리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시범사업이 결정되면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도 추진력을 얻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엔 4개 국립공원(설악산·지리산·월출산·한려해상)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했는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기로 한 경남 사천시 한 곳만 선정됐다.

다만 당시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과 지리산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기준에 맞는 사업계획을 재제시하면 시범사업 선정을 추진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여지를 바탕으로 양양군은 '삼수' 끝에 2015년 8월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에 선정시키는 데 성공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설악산 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직접 언급하는 등 환경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 '물밑지원'이 있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2016년 12월 문화재위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을 재차 불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가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2017년 6월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문화재위 결정을 뒤집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문화재위가 문화재(설악산) 보존·관리에만 치중하고 활용은 도외시한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2019년 9월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하면서 다시 멈췄다.

당시 환경청이 부동의한 평가서는 환경청이 요청해 양양군이 2년 6개월간 이미 한 차례 보완한 것이었다.

원주지방환경청 결정은 2020년 12월 중앙행정심판위에서 뒤집힌다.

규정상 환경청이 양양군에 두 차례 평가서 보완 기회를 부여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환경청은 2021년 4월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을 요구한다.

환경청 요구에는 위치추적기를 사용한 산양 행동권 조사와 지형·지질 특성 파악을 위한 시추조사 등이 포함됐다.

양양군은 이러한 요구가 '실현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재보완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가 국민권익위 조정으로 작년 11월 재개됐다.

재개되면서 위치추적기를 사용한 산양 행동권 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고 시추조사는 시기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 조정을 거치면서 환경청이 양양군에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하고 풍속(風速) 자료로 케이블카 노선에서 수㎞ 떨어진 중청대피소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보완 세부 이행방안'이 담긴 '확약서'를 써줘서 월권 논란이 빚어졌다.

◇ 한국환경연구원 "자연에 크게 부정적…설치 부적절"
'40년 논란' 설악산 케이블카 운명은…환경평가기한 한달 앞으로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원주지방환경청이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 검토를 맡긴 5개 전문기관은 현재 모두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이제 환경청에 공이 완전히 넘어온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문기관 중 한국환경연구원은 케이블카 설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나머지 4개 기관(국립생태원·국립환경과학원·국립공원공단·국립기상과학원)은 평가서가 미흡해 판단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한국환경연구원 의견서에는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명시됐다.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이자 전 국토 1.65%에 불과한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구원은 "핵심 쟁점인 산양 서식에 미치는 영향, 법정 보호 희귀식물 이식·보전방안, 백두대간 핵심구역 지형 훼손 등에 대한 사업자 측 보전대책으로는 자연환경 최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주장한대로 케이블카 노선이 산양 등 법정보호종 주요 서식처가 아닌 이동로·먹이섭식처에 불과하더라도 "행동권 내 섭식처 간 이동로 단절은 큰 서식환경 변화"라면서 특히 "문헌조사에서 산양은 (케이블카) 공사 시 소음에 영향받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국립생태원은 양양군 평가서에 "(케이블카 설치 시) 삵과 담비, 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이 받는 영향 저감방안이 미흡하다"라고 평가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기상모델을 이용한 케이블카 노선 풍속 예측치가 실제와 유사할 것으로 유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허가 시 덕유산 이후 수십 년 만…환경부 '시험대'
'40년 논란' 설악산 케이블카 운명은…환경평가기한 한달 앞으로
원주지방환경청이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면 수십 년 만에 육상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허가된다.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육상국립공원 케이블카는 1989년 허가돼 1997년부터 운영된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와 덕유산 설천봉을 잇는 곤돌라다.

이 곤돌라는 정부가 애초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법사업을 추진한 명분인 '답압(踏壓·밟는 힘) 피해 예방'을 반증하는 사례다.

답압 피해는 탐방객이 산을 밟아서 생기는 피해를 말한다.

국립공원공단이 2015년 발표한 '국립공원 탐방로 이용압력지수' 1위가 곤돌라 도착지인 덕유산 설천봉에서 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구간이다.

당시 국립공원공단은 "설천봉~향적봉 구간은 덕유산리조트 곤돌라로 산 정상부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이 때문에 연간 70만 명이 방문하고 단체탐방객과 정상까지 오르는 탐방객 비율이 매우 높아 이용압력이 가장 심했다"라고 설명했다.

덕유산리조트 측은 여전히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르면 정상인 향적봉을 20분 만에 오를 수 있다"라고 홍보한다.

케이블카가 등산객은 줄일 수 있어도 하산객은 줄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육상국립공원 케이블카는 덕유산 곤돌라와 설악산 속초~권금성 케이블카, 1980년 건설된 내장산국립공원 케이블카까지 총 3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허가되면 다른 곳에서도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

'유력 후보지'는 설악산과 함께 긴 케이블카 추진 이력을 지닌 지리산이다.

또 현재 울산 울주군에서는 영남알프스에, 대전에서는 보문산에, 대구에서는 팔공산 갓바위에, 경북 문경시에서는 주흘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을 2030년까지 지구의 30%로 확대하기로 했고 한국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육상 보호지역이 국토 17% 수준인 한국은 보호지역을 크게 확대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연보전과 개발 논리가 충돌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다.

최근 국립공원위는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빼줘 공항을 건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오색케이블카 설치까지 허가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국립공원 개발붐'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자연보호 '보루'인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