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없다'며 함구, 출국 이틀전 최종 확정…가짜 공개일정도 배포
19일 새벽 워싱턴 출발해 독일 경유…폴란드서 기차타고 키이우로 이동
바이든 극비리 우크라行…美전투병력 없는 전쟁지역 방문 이례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24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방문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극비리에 진행됐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 출국부터 도착 후 일정 진행까지 거의 24시간 이상 보안이 유지된 것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극비 방문했으나 해당 지역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설명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미국 대사관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소수의 해병대 외에는 미군 인력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발표에 따라 인접국인 우크라이나 방문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끝까지 부인했다.

가령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지난 17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right now) 방문지는 바르샤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내가 '현재로서는'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을 붙이면서 방문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수개월간 논의·준비돼 출국 이틀을 앞둔 지난 17일 최종 결정됐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 국방부, 정보기관 등에서 극소수의 인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방문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등을 체크한 것이다.

존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각 기관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사람들만 안전 작전을 위한 계획에 개입됐다"면서 "대통령은 단계별 계획과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은 뒤에 갈지 말지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 이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일정에서 이런 내용을 빼는 등 방문을 자체를 함구했다.

바이든 극비리 우크라行…美전투병력 없는 전쟁지역 방문 이례적
실제 백악관은 전날 오후 7시에 보낸 일정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7시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폴란드로 출국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 19일 오전 4시 15분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탑승, 우크라이나 극비 방문을 위한 일정에 들어갔다.

전용기에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등과 백악관 풀기자단 2명만 탑승시키면서 보안 유지에 공을 들였다.

풀기자단들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백악관에 넘겼으며 비밀 유지도 서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를 경유한 뒤 폴란드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키이우까지는 기차로 이동했으며 대략 10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파란색 정장에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노란색과 파란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1시)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진행한 뒤 정오께 미국대사관을 방문했다.

바이든 극비리 우크라行…美전투병력 없는 전쟁지역 방문 이례적
이 일정을 수행하는 백악관 풀기자단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7시)에 키이우를 떠났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애초 방문이 끝날 때까지 엠바고(보도유예)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차량 행렬 등이 목격되고 현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사실은 방문이 진행되는 중에 보도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며 전쟁지역 방문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때 2017년까지 모두 6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