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재건축 사업 기대가 겹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한 달 거래량 1000건을 회복한 서울에 이어 경기에서도 거래가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급매물이 이미 소진되면서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과 “여전히 하락장”이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급매물 거래 꿈틀…"집값 바닥 다져" vs "하락장 지속"

서울 아파트 거래 1000건 회복

19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1284건에 달했다. 작년 6월까지 월 1000건 이상을 기록한 아파트 거래는 지난해 7월 648건에 그쳤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837건에 불과했는데 7개월 만에 1000선을 회복한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서 거래 회복세가 뚜렷했다. 강동구는 한 달 새 두 배 이상 많은 113건을 기록했고, 강남구도 작년 12월 41건에서 지난달 83건으로 증가했다. 서초구(28건→38건)와 송파구(87건→126건) 역시 일제히 거래량이 늘었다.

노후 재건축 단지가 모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도봉구는 작년 12월 19건에 불과했던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 세 배 이상 늘어난 66건에 달했다. 광진구가 같은 기간 59건에서 29건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 대표는 “재건축 기대가 높아지면서 최근 급매물이 많이 소화됐다”며 “지켜보던 급매물이 팔리자 당황하는 매수 희망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정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특히 재건축특별법이 확정된 1기 신도시 급매물을 중심으로 얼어붙었던 거래가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내 아파트 거래량은 4299건을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4000선을 회복한 건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시·군별로는 성남(89건→198건)과 고양(172건→301건), 안양시(87건→118건) 등 1기 신도시 지역이 모두 늘었다.

현장에선 “급매 소진”…‘시기상조’ 반응도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의 방향성을 두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수도권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4.5로 전주 대비 0.5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30일까지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은 0.44포인트로 꾸준히 감소했는데, 3주 만에 다시 낙폭이 커졌다.

다시 커진 낙폭은 급매물 소화 과정이라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완화로 매수 문의와 거래량이 소폭 증가했다”며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지표상 하락세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급매물 찾는 게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A 공인 대표는 “매수 희망자들은 여전히 아파트 가격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거래는 모두 급매물”이라고 말했다.

고덕동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최근 전용 84㎡가 13억원과 13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해당 크기는 2021년 8월 17억1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한동안 거래가 끊겼는데, 급매물이 나오면서 연이어 거래가 성사됐다.

전문가들은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 절벽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부동산 가격 반등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정부의 1·3대책 이후 노원과 송파, 강동 등에서 거래가 많이 늘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다시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급매물 소진 후 가격 반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며 “급매나 급급매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겠지만 추가적인 금리 인하 등이 있어야 매수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가격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