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청소년정책연구원, 34세 이하 북한배경청년 첫 조사
자녀 안 낳는 이유로 '자유로운 삶' 꼽아…플랫폼 노동 비율 12%
탈북청년 10명 중 7명 "자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북한 출생 혹은 북한 출신 부모 밑에서 자란 '북한배경청년' 10명 중 7명은 자녀를 꼭 낳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로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19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배경청년의 정책소외 실태 및 정책개발'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지난해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북한배경청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설문조사는 북한배경청년 130명(응답 표본 108명)을 조사한 것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탈북 청소년(9∼24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있었지만 34세 이하 탈북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는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 결과를 202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국내 청년 2천41명(보고서에서는 북한배경청년과의 응답률 비교를 위해 '일반청년'으로 지칭)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의 응답과도 비교했다.

그 결과 결혼과 출산 가치관에 대해 북한배경청년들은 일반청년들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결혼에 대해서는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이 57.5%로 가장 많았으며, '결혼해야 한다'는 37.7%,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4.7%였다.

일반청년들은 각 항목에 대해 54.3%, 39.1%, 6.6%의 응답률을 보였다.

연구진과 심층 인터뷰에 응한 북한배경청년들은 결혼에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이유를 묻자 중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송금해야 한다는 의무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 자녀에게 미칠 영향, 경제적 불안, 주거지 문제 등을 꼽았다.

북한배경청년의 70% 가까이(67.6%)는 자녀를 필수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자녀를 가질 수도 있고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58.1%로 가장 많았으며, '자녀를 가질 필요 없다'는 의견도 9.5%였다.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32.4%였다.

일반청년들도 62.8%는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7.2%였다.

이에 대해 연구책임자인 이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배경청년들이 한국 문화에 동화된 영향도 있겠지만, 탈북 청년들을 만나보면 요즘 북한 'MZ세대'들도 가부장제에 반대하거나 가정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청년 10명 중 7명 "자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녀를 낳지 않거나 추가로 가질 의향이 없는 이유는 양 집단에서 다르게 나타났다.

일반청년은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31.2%)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지만, 북한배경청년은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24.3%)라고 답했다.

'이미 계획한 자녀의 수가 있어서', '자녀가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가 각각 18.9%로 그 뒤를 이었다.

경제적 부담감을 이유로 꼽은 비율은 16.2%에 그쳤다.

일반청년이 자녀를 갖기 주저하는 이유 중 '자유로운 삶'(24.1%)은 두 번째 이유로 꼽혔다.

북한배경청년들은 일반청년들과 달리 '맞벌이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을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배경청년은 비정규직에 종사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맞벌이'에 대한 개념을 일반청년들과는 다르게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응답자 중 임금근로자라고 응답한 북한배경청년 39명 중 정규직은 절반에 못 미치는 19명(48.7%)뿐이었다.

일반청년의 경우 임금근로자의 74.8%가 정규직이었다.

'지난주에 일을 하거나 휴가 또는 일시 휴직 상태였던 일자리가 있다'고 응답한 북한배경청년 41명의 근속연수는 평균 16.5개월이었다.

이는 일반청년들의 평균 근속연수인 35.7개월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배경청년의 11.7%는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역시 일반청년의 3.7%에 비해 높았다.

전통적인 노동시장 참여에 어려움이 있는 북한배경청년이 일반청년보다 상대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