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시리아인 비켜라"…폐허속 갈곳 잃은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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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국수주의 발호 속 시리아 난민 상대 차별·적대 심화
전쟁통에 고향을 등지고 튀르키예로 망명한 시리아 출신 난민 중 많은 이들이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17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을 계기로 더욱 큰 고통을 겪게 된 튀르키예 거주 시리아 난민들의 사연을 전했다.
튀르키예에서 최근 수년간 국수주의가 발호하면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차별과 적대가 심해지는 가운데, 강진으로 생활 터전까지 폐허가 됐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에는 시리아 출신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이 최소 400만명 있다.
전쟁과 생활고와 정부의 탄압을 통해 시리아를 탈출해 튀르키예에 온 이들로, 이 중 상당수가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에 산다.
최근 수년간 튀르키예의 국수주의 정치인들은 경기 침체 등 자국이 겪는 문제를 놓고 시리아 난민들을 탓하는 등 반(反)시리아 정서를 부추겨 왔다.
지진 이후로 시리아 난민들은 튀르키예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을 차지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 출신이며 최근 10년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살아 온 아부 후세인은 "우리는 결국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도 (시리아인들은) 거의 길거리에 나앉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지진 이후 텐트에 살고 있다.
근처 텐트에는 터키인들도 살고 있다.
그의 아들 두 명은 튀르키예의 재난대응 기관 AFAD에 3개 가구가 살 수 있도록 텐트를 2개 더 달라고 며칠 전에 말했으나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AFAD에) 갈 때마다 시장에게 가 보라고 한다.
시장에게 가면 시장은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한다.
다시 AFAD에 가 보면 시장에게 텐트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인들이 텐트를 지급받는 것을 보고 이 점을 AFAD 직원에게 지적하니 고함을 지르더라고 덧붙였다.
아부 후세인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인 아흐메드는 AFAD 직원들이 지원을 요청하는 시리아인들에게 "시리아인들은 비켜라"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는 '이 텐트에는 시리아인이 있으니 비우고 튀르키예인을 넣으라'고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부 후세인의 딸 무시라는 "그들(튀르키예인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그들에게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적응했다.
우리는 시리아에서 쫓겨나 강제로 이곳에 오게 됐다.
우리는 이 상황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들(튀르키예인들)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시라는 이틀 전 옷을 받으려고 줄을 섰을 때 한 터키 여성이 흥분해서 "너희들(시리아 난민들)이 모든 걸 다 챙겨가네"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무시라는 "나는 화가 나서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여기요'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부 후세인 가족은 이런 부당한 대우와 적대감 외에, 튀르키예인들의 친절함과 관대함에 대한 다른 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안부를 확인하려고 연락을 시도한 집주인, 옆 텐트에 사는 다정한 노인 이웃, 아이들을 위해 쿠키와 기저귀를 가져다준 자원봉사자 등의 얘기였다.
WP는 튀르키예의 한 해안도시에서 한 시리아인 여성 자원봉사자가 겪은 일도 소개했다.
당시 이 자원봉사자는 시리아의 비정부기구와 함께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튀르키예 정보당국 직원이 창고를 방문해 서류를 점검하면서 이 자원봉사자에게 "하타이에서 시리아 놈들이 시신에서 소지품을 강탈하고 손을 자른다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자원봉사자가 "우리 모두가 나쁜 사람들인 건 아니다"라고 항의하면서 경찰에 신고하자, 이 정보당국 직원이 자원봉사자의 팔을 붙잡으면서 폭행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관이 출동하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이 자원봉사자는 당시 사건으로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튀르키예인들)이 우리를 원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WP에 말했다.
WP는 카흐라만마라슈의 난민 캠프에서 집을 잃은 튀르키예인들과 시리아인들이 이웃해 살면서 줄을 서서 똑같은 스튜와 밥을 먹고 똑같은 텐트에서 잔다고도 전했다.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의 진앙이었던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는 기울어진 건물과 잔해 무더기에 둘러싸인 축구장에 피난민 텐트 캠프가 들어섰다.
중년의 시리아인 남성 왈리드는 "그들(튀르키예 당국)에겐 자국민(튀르키예인)이 당연히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 모하메드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그들의 대통령(에르도안)은 그들에게 집을 제공했지만 우리 대통령은 자국민의 시체를 보며 웃었다"고 말하며 튀르키예의 대응이 그에게 희망을 줬다고 덧붙였다.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도 살길이 막막해지자 차라리 고국 시리아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난민들도 있다.
WP는 지난 15일부터 최소 4천명의 시리아인들이 튀르키예의 밥알하와 검문소에서 시리아로 입국하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이 중 일부는 지진으로 연락이 끊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귀국하려는 이들이다.
제발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친척들의 부탁으로 귀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시리아로 돌아가려는 이들 중에는 혼자 온 남성들도 있었다.
국경 너머의 삶이 어떤지 확인하기 전에는 아내나 자녀들까지 데려오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에 일단 혼자서 상황을 점검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 검문소는 수년간 폐쇄돼 있었으나 최근 다시 열렸다.
튀르키예 국경관리 당국은 이 검문소를 통해 출국해 시리아로 되돌아간 시리아인들이 3∼6개월 이내에 튀르키예에 재입국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런 약속을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연합뉴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17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을 계기로 더욱 큰 고통을 겪게 된 튀르키예 거주 시리아 난민들의 사연을 전했다.
튀르키예에서 최근 수년간 국수주의가 발호하면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차별과 적대가 심해지는 가운데, 강진으로 생활 터전까지 폐허가 됐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에는 시리아 출신 난민과 망명 신청자 등이 최소 400만명 있다.
전쟁과 생활고와 정부의 탄압을 통해 시리아를 탈출해 튀르키예에 온 이들로, 이 중 상당수가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에 산다.
최근 수년간 튀르키예의 국수주의 정치인들은 경기 침체 등 자국이 겪는 문제를 놓고 시리아 난민들을 탓하는 등 반(反)시리아 정서를 부추겨 왔다.
지진 이후로 시리아 난민들은 튀르키예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을 차지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 출신이며 최근 10년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살아 온 아부 후세인은 "우리는 결국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도 (시리아인들은) 거의 길거리에 나앉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지진 이후 텐트에 살고 있다.
근처 텐트에는 터키인들도 살고 있다.
그의 아들 두 명은 튀르키예의 재난대응 기관 AFAD에 3개 가구가 살 수 있도록 텐트를 2개 더 달라고 며칠 전에 말했으나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AFAD에) 갈 때마다 시장에게 가 보라고 한다.
시장에게 가면 시장은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한다.
다시 AFAD에 가 보면 시장에게 텐트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인들이 텐트를 지급받는 것을 보고 이 점을 AFAD 직원에게 지적하니 고함을 지르더라고 덧붙였다.
아부 후세인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인 아흐메드는 AFAD 직원들이 지원을 요청하는 시리아인들에게 "시리아인들은 비켜라"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는 '이 텐트에는 시리아인이 있으니 비우고 튀르키예인을 넣으라'고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부 후세인의 딸 무시라는 "그들(튀르키예인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그들에게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적응했다.
우리는 시리아에서 쫓겨나 강제로 이곳에 오게 됐다.
우리는 이 상황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들(튀르키예인들)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시라는 이틀 전 옷을 받으려고 줄을 섰을 때 한 터키 여성이 흥분해서 "너희들(시리아 난민들)이 모든 걸 다 챙겨가네"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무시라는 "나는 화가 나서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여기요'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부 후세인 가족은 이런 부당한 대우와 적대감 외에, 튀르키예인들의 친절함과 관대함에 대한 다른 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안부를 확인하려고 연락을 시도한 집주인, 옆 텐트에 사는 다정한 노인 이웃, 아이들을 위해 쿠키와 기저귀를 가져다준 자원봉사자 등의 얘기였다.
WP는 튀르키예의 한 해안도시에서 한 시리아인 여성 자원봉사자가 겪은 일도 소개했다.
당시 이 자원봉사자는 시리아의 비정부기구와 함께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튀르키예 정보당국 직원이 창고를 방문해 서류를 점검하면서 이 자원봉사자에게 "하타이에서 시리아 놈들이 시신에서 소지품을 강탈하고 손을 자른다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자원봉사자가 "우리 모두가 나쁜 사람들인 건 아니다"라고 항의하면서 경찰에 신고하자, 이 정보당국 직원이 자원봉사자의 팔을 붙잡으면서 폭행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관이 출동하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이 자원봉사자는 당시 사건으로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튀르키예인들)이 우리를 원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WP에 말했다.
WP는 카흐라만마라슈의 난민 캠프에서 집을 잃은 튀르키예인들과 시리아인들이 이웃해 살면서 줄을 서서 똑같은 스튜와 밥을 먹고 똑같은 텐트에서 잔다고도 전했다.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의 진앙이었던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는 기울어진 건물과 잔해 무더기에 둘러싸인 축구장에 피난민 텐트 캠프가 들어섰다.
중년의 시리아인 남성 왈리드는 "그들(튀르키예 당국)에겐 자국민(튀르키예인)이 당연히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 모하메드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그들의 대통령(에르도안)은 그들에게 집을 제공했지만 우리 대통령은 자국민의 시체를 보며 웃었다"고 말하며 튀르키예의 대응이 그에게 희망을 줬다고 덧붙였다.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도 살길이 막막해지자 차라리 고국 시리아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난민들도 있다.
WP는 지난 15일부터 최소 4천명의 시리아인들이 튀르키예의 밥알하와 검문소에서 시리아로 입국하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이 중 일부는 지진으로 연락이 끊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귀국하려는 이들이다.
제발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친척들의 부탁으로 귀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시리아로 돌아가려는 이들 중에는 혼자 온 남성들도 있었다.
국경 너머의 삶이 어떤지 확인하기 전에는 아내나 자녀들까지 데려오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에 일단 혼자서 상황을 점검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 검문소는 수년간 폐쇄돼 있었으나 최근 다시 열렸다.
튀르키예 국경관리 당국은 이 검문소를 통해 출국해 시리아로 되돌아간 시리아인들이 3∼6개월 이내에 튀르키예에 재입국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런 약속을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