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에 저항하던 칠레 시인 네루다는 정말 독살당했을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식 사인은 전립선암 후유증…'쿠데타 정부가 독살' 주장도
국제 법의학 전문가들, 관련 분석 제출…법원 검토 돌입 칠레의 시인이자 정치인으로서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던 파블로 네루다는 지병으로 숨을 거뒀을까 아니면 살해당했을까.
진실을 밝혀줄 결정적인 분석 보고서가 칠레 법원에 제출됐다.
로이터통신·스페인 EFE통신 등은 15일(현지시간) 캐나다, 덴마크, 칠레 출신 법의학자들이 네루다의 유골 등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칠레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법의학자들이 이날 제출한 보고서는 핵심 내용을 담은 요약본이다.
참고문헌과 각종 부록을 첨부한 보고서 완성본은 내달 7일 제출될 예정이다.
관련 사건을 심리하는 파올라 플라사 재판장은 비공개 심리에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정확한 사인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판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소송을 제기한 네루다의 조카 로돌포 레예스는 이날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네루다는 정부에서 보낸 요원에게 살해당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나"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레예스가 보고서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페인 EFE통신은 그가 소송의 원고 자격으로 보고서 내용을 열람했으며, 문제의 보고서는 '암살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네루다는 1973년 9월 23일 칠레 산티아고 시내 '산타마리아클리닉'에서 전립선암이 말기로 진행되면서 생긴 '악액질'(惡液質·Cachexia)로 숨을 거뒀다.
악액질은 암과 같은 악성질환을 원인으로, 아무리 칼로리를 보충해도 체중이 줄어드는 전신 영양부족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네루다가 암살당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적지 않다.
네루다가 사망한 날은 칠레에서 쿠데타 발생한 지 단 12일 뒤였다.
당시 칠레 군부 최고위직이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전투기와 탱크를 대거 동원해 대통령궁을 폭격하고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냈다.
아옌데 대통령은 쿠데타가 진행되던 과정에 자결했다.
네루다는 이때 숨진 아옌데 대통령의 참모이자 가까운 친구였다.
네루다는 1971년 노벨상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공산당에서 활동한 정치인이었다.
쿠데타 정부로서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네루다가 눈엣가시로 보였을 수 있다.
더구나 네루다는 전립선암 투병 중에도 독재를 맹렬하게 비판하는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숨진 바로 다음 날에는 탄압을 피해 멕시코로 망명, 반독재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유족들은 쿠데타 정권이 네루다를 독살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네루다의 운전기사였던 마누엘 아라야는 피노체트 정권에서 보낸 '요원'이 의사 행세를 하며 병원에 찾아와 네루다의 복부에 독성물질을 주입했다고 주장했다.
칠레 공산당은 2011년 이 주장을 토대로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에는 별도의 국제 법의학 전문가 단체가 정부 측 공식 사인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암살설이 더욱 확산했다.
이들은 네루다의 무덤 속 유골 어금니에서 발견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을 결정적 단서로 내세웠다.
식중독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치명적인 신경독소를 배출해 신경 마비 증세 '보툴리즘'을 일으킨다.
다만 네루다의 유골에서 어떻게 보툴리눔 균이 발견됐는지는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네루다의 조카 레예스는 법의학 전문가들이 이번 보고서에서 시신이 매장된 후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레예스는 EFE통신에 "보툴리눔균이 네루다의 유골에서 발견될 이유가 없다.
이것은 무슨 뜻이겠나.
네루다가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정부 요원이 1973년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국제 법의학 전문가들, 관련 분석 제출…법원 검토 돌입 칠레의 시인이자 정치인으로서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던 파블로 네루다는 지병으로 숨을 거뒀을까 아니면 살해당했을까.
진실을 밝혀줄 결정적인 분석 보고서가 칠레 법원에 제출됐다.
로이터통신·스페인 EFE통신 등은 15일(현지시간) 캐나다, 덴마크, 칠레 출신 법의학자들이 네루다의 유골 등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칠레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법의학자들이 이날 제출한 보고서는 핵심 내용을 담은 요약본이다.
참고문헌과 각종 부록을 첨부한 보고서 완성본은 내달 7일 제출될 예정이다.
관련 사건을 심리하는 파올라 플라사 재판장은 비공개 심리에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정확한 사인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판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소송을 제기한 네루다의 조카 로돌포 레예스는 이날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네루다는 정부에서 보낸 요원에게 살해당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나"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레예스가 보고서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페인 EFE통신은 그가 소송의 원고 자격으로 보고서 내용을 열람했으며, 문제의 보고서는 '암살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네루다는 1973년 9월 23일 칠레 산티아고 시내 '산타마리아클리닉'에서 전립선암이 말기로 진행되면서 생긴 '악액질'(惡液質·Cachexia)로 숨을 거뒀다.
악액질은 암과 같은 악성질환을 원인으로, 아무리 칼로리를 보충해도 체중이 줄어드는 전신 영양부족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네루다가 암살당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적지 않다.
네루다가 사망한 날은 칠레에서 쿠데타 발생한 지 단 12일 뒤였다.
당시 칠레 군부 최고위직이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전투기와 탱크를 대거 동원해 대통령궁을 폭격하고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냈다.
아옌데 대통령은 쿠데타가 진행되던 과정에 자결했다.
네루다는 이때 숨진 아옌데 대통령의 참모이자 가까운 친구였다.
네루다는 1971년 노벨상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공산당에서 활동한 정치인이었다.
쿠데타 정부로서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네루다가 눈엣가시로 보였을 수 있다.
더구나 네루다는 전립선암 투병 중에도 독재를 맹렬하게 비판하는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숨진 바로 다음 날에는 탄압을 피해 멕시코로 망명, 반독재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유족들은 쿠데타 정권이 네루다를 독살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네루다의 운전기사였던 마누엘 아라야는 피노체트 정권에서 보낸 '요원'이 의사 행세를 하며 병원에 찾아와 네루다의 복부에 독성물질을 주입했다고 주장했다.
칠레 공산당은 2011년 이 주장을 토대로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에는 별도의 국제 법의학 전문가 단체가 정부 측 공식 사인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암살설이 더욱 확산했다.
이들은 네루다의 무덤 속 유골 어금니에서 발견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을 결정적 단서로 내세웠다.
식중독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치명적인 신경독소를 배출해 신경 마비 증세 '보툴리즘'을 일으킨다.
다만 네루다의 유골에서 어떻게 보툴리눔 균이 발견됐는지는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네루다의 조카 레예스는 법의학 전문가들이 이번 보고서에서 시신이 매장된 후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레예스는 EFE통신에 "보툴리눔균이 네루다의 유골에서 발견될 이유가 없다.
이것은 무슨 뜻이겠나.
네루다가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정부 요원이 1973년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