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은폐…시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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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장한 베트콩이나 북한군 소행" 주장했으나 기각
법원이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우리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한 배경에는 정부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판단이 있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3)씨가 한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문에서 7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 "조직적 은폐한 정부, 시효 지났다는 주장은 권리남용"
정부는 재판에서 응우옌씨가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국가재정법상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5년 또는 피해자가 손해 발생 사실과 가해자를 인식한 날부터 3년 안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 완성이라 부른다.
다만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계산한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장애 사유가 있는 기간에는 시효가 중단된다고 보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를 들어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무렵까지도 원고에겐 객관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월한국군은 이 사건 직후 사건을 '한국군으로 변장한 베트콩들의 소행'이라는 취지로 조사해 진상을 은폐했고, 주월한국군 사령관 명의 공식 서한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히는 등 진상 은폐를 시도했다고 볼 정황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한국 정부)는 1969년 수사기관(중앙정보부)을 통해 광범위하게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지도 외교적 문제 등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진상조사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는 등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설령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은 (정부가 진상을 은폐한) 사정 내지 사유에 비춰보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정부 "위장한 베트콩·북한군 소행"…법원 "한국군이 사살"
정부는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씨 가족을 비롯한 민간인 70여명을 사살한 주체는 한국군이 아닌 한국군으로 위장한 베트콩 또는 북한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1969년 10월 한국군이 베트남전 도중 승려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한국과 베트남의 합동수사를 통해 베트콩의 소행이란 사실이 밝혀졌고, 1968년 2월에는 한국군이 수색 도중 한국군으로 위장한 베트콩 6명을 발견해 사살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군인들도 "청룡부대 부대원 중 일부가 작전 도중 마을 주민들을 사살했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나 법정에서 진술한 점에 비춰 한국군이 민간인을 사살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정부는 응우옌씨 가족 등 피해자들이 베트콩이거나 그에 동조한 세력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나 가족이 무장했다거나 무장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전쟁 중이어도 적대행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살상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당시 베트콩이 군복이 아닌 민간인 복장을 하고 전투행위에 참여한 경우가 있었다고 해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법원이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우리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한 배경에는 정부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판단이 있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3)씨가 한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문에서 7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 "조직적 은폐한 정부, 시효 지났다는 주장은 권리남용"
정부는 재판에서 응우옌씨가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국가재정법상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5년 또는 피해자가 손해 발생 사실과 가해자를 인식한 날부터 3년 안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 완성이라 부른다.
다만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계산한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장애 사유가 있는 기간에는 시효가 중단된다고 보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를 들어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무렵까지도 원고에겐 객관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월한국군은 이 사건 직후 사건을 '한국군으로 변장한 베트콩들의 소행'이라는 취지로 조사해 진상을 은폐했고, 주월한국군 사령관 명의 공식 서한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히는 등 진상 은폐를 시도했다고 볼 정황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한국 정부)는 1969년 수사기관(중앙정보부)을 통해 광범위하게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지도 외교적 문제 등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진상조사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는 등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설령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은 (정부가 진상을 은폐한) 사정 내지 사유에 비춰보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정부 "위장한 베트콩·북한군 소행"…법원 "한국군이 사살"
정부는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씨 가족을 비롯한 민간인 70여명을 사살한 주체는 한국군이 아닌 한국군으로 위장한 베트콩 또는 북한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1969년 10월 한국군이 베트남전 도중 승려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한국과 베트남의 합동수사를 통해 베트콩의 소행이란 사실이 밝혀졌고, 1968년 2월에는 한국군이 수색 도중 한국군으로 위장한 베트콩 6명을 발견해 사살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군인들도 "청룡부대 부대원 중 일부가 작전 도중 마을 주민들을 사살했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나 법정에서 진술한 점에 비춰 한국군이 민간인을 사살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정부는 응우옌씨 가족 등 피해자들이 베트콩이거나 그에 동조한 세력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나 가족이 무장했다거나 무장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전쟁 중이어도 적대행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살상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당시 베트콩이 군복이 아닌 민간인 복장을 하고 전투행위에 참여한 경우가 있었다고 해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