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상자 속 中 법전, 독립운동 역사…고문서 수집 반세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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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20∼22일 국회서 '장서각 고문서 수집 반세기' 전시
보물 5건 포함 총 14건 선보여…"기록유산 후대 전승 위해 힘쓸 것" 지난 2002∼2003년, 경북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종가에서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다양한 고문서를 조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쪽에 놓여있던 라면 상자를 본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가 무엇이냐 묻자 종가에서는 '종이 부스러기인데 아마도 중국 책 같다'고 답했다.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말이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눈여겨본 연구원이 몇 달 뒤 최종 확인한 자료 이름은 '지정조격'(至正條格).
중국 원나라 때인 1346년 완성된 법전이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우리 법제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 '보물'이지만 중국에서도 사라진 법전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이다.
전국 곳곳의 마을, 종가, 서원 등을 다니며 고문서를 확인하고 수집한 여정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2 로비에서 '장서각 고문서 수집 반세기-500년 조선에서 찾은 보물' 전시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개원 이래 약 50년간 해온 고문서 수집 성과를 소개하고 보존처리 과정, 연구 성과를 선보이는 자리다.
연구원 관계자는 "500년 종가에서 보관해오던 12만여 점의 고문서와 유물을 장서각에 기증·기탁한 후손의 공헌과 도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전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정조격'을 비롯한 보물 5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주요 유물이 공개된다.
전시는 경주 양동마을 500년 역사를 간직한 경주손씨 종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택에서 우연히 발견된 '지정조격'의 사연과 보존처리, 보물 지정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손소 적개공신교서'(孫昭 敵愾功臣敎書)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어진 전시에서는 안동 고성이씨 가문과 보물 '안동 임청각(臨淸閣)'을 다룬다.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1858∼1932)의 집인 임청각 종가에서는 독립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자료 약 5천700여 점을 2004년 장서각에 기탁했다.
'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치욕을 더 보탤 뿐'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이상룡의 아들 이준형(1875∼1942)의 유서, 한 독립운동가가 이상룡에게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된다.
전북 남원의 순흥안씨 가문을 다룬 전시 영역에서는 장서각의 보존처리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종가에서는 시문과 서간을 엮은 '기묘제현수필'(己卯諸賢手筆) 보물에 지정된 이후 이를 잘 보존하고자 접착 시트지를 표지에 부쳤는데, 시간이 지나 훼손이 심해지면서 장서각에 대책을 상의했다.
이에 장서각은 유물을 즉시 수장고로 옮긴 뒤 과학적 분석을 거쳐 원형을 되살렸다.
전시에서는 충남 아산의 장흥임씨, 경기 군포의 동래정씨 가문도 주목한다.
서예로 이름 날린 정난종(1433∼1489)을 모신 동래정씨 동래부원군 종가가 2011년 종택과 전답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무상 증여한 데 이어 고문서와 유물 4천여 점을 장서각에 기증한 사연을 소개한다.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귀중한 기록유산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전문 인력과 시설을 더욱 확충해 고문헌 보존처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물 5건 포함 총 14건 선보여…"기록유산 후대 전승 위해 힘쓸 것" 지난 2002∼2003년, 경북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종가에서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다양한 고문서를 조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쪽에 놓여있던 라면 상자를 본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가 무엇이냐 묻자 종가에서는 '종이 부스러기인데 아마도 중국 책 같다'고 답했다.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말이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눈여겨본 연구원이 몇 달 뒤 최종 확인한 자료 이름은 '지정조격'(至正條格).
중국 원나라 때인 1346년 완성된 법전이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우리 법제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 '보물'이지만 중국에서도 사라진 법전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이다.
전국 곳곳의 마을, 종가, 서원 등을 다니며 고문서를 확인하고 수집한 여정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제2 로비에서 '장서각 고문서 수집 반세기-500년 조선에서 찾은 보물' 전시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개원 이래 약 50년간 해온 고문서 수집 성과를 소개하고 보존처리 과정, 연구 성과를 선보이는 자리다.
연구원 관계자는 "500년 종가에서 보관해오던 12만여 점의 고문서와 유물을 장서각에 기증·기탁한 후손의 공헌과 도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전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정조격'을 비롯한 보물 5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주요 유물이 공개된다.
전시는 경주 양동마을 500년 역사를 간직한 경주손씨 종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택에서 우연히 발견된 '지정조격'의 사연과 보존처리, 보물 지정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해 보물로 지정된 '손소 적개공신교서'(孫昭 敵愾功臣敎書)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어진 전시에서는 안동 고성이씨 가문과 보물 '안동 임청각(臨淸閣)'을 다룬다.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1858∼1932)의 집인 임청각 종가에서는 독립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자료 약 5천700여 점을 2004년 장서각에 기탁했다.
'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치욕을 더 보탤 뿐'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이상룡의 아들 이준형(1875∼1942)의 유서, 한 독립운동가가 이상룡에게 보낸 편지 등이 전시된다.
전북 남원의 순흥안씨 가문을 다룬 전시 영역에서는 장서각의 보존처리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종가에서는 시문과 서간을 엮은 '기묘제현수필'(己卯諸賢手筆) 보물에 지정된 이후 이를 잘 보존하고자 접착 시트지를 표지에 부쳤는데, 시간이 지나 훼손이 심해지면서 장서각에 대책을 상의했다.
이에 장서각은 유물을 즉시 수장고로 옮긴 뒤 과학적 분석을 거쳐 원형을 되살렸다.
전시에서는 충남 아산의 장흥임씨, 경기 군포의 동래정씨 가문도 주목한다.
서예로 이름 날린 정난종(1433∼1489)을 모신 동래정씨 동래부원군 종가가 2011년 종택과 전답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무상 증여한 데 이어 고문서와 유물 4천여 점을 장서각에 기증한 사연을 소개한다.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귀중한 기록유산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전문 인력과 시설을 더욱 확충해 고문헌 보존처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