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10분의 1·전대륙에 닥칠 재앙 가능성 제시
"나라 통째로 없어질수도…극심한 물·땅 쟁탈전 우려"
유엔총장 "런던·뉴욕 다 위험"…해수면 상승發 '기후난민' 경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미칠 파멸적 영향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총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어떤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중국, 인도,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는 모두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각 대륙에 있는 대도시들이 심각한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 코펜하겐, 상하이, 뭄바이, 방콕, 자카르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티아고, 카이로 등이 취약한 대도시로 거명됐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저지대 해안에 사는 9억명 정도에게 위험이 극심하다"며 "이는 지구에 사는 사람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때문에 거대 인구가 삶의 터전을 잃는 '기후 난민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런 모든 사태의 결과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저지대 공동체나 나라 전체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인구가 이동하는 엄청난 규모의 대탈출이 빚어질 것"이라며 "담수, 땅 등 자원을 둘러싼 전례 없이 격렬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수면 상승을 국제법으로 다뤄야 할 난민 위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이날 경고는 기후변화 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유엔총장 "런던·뉴욕 다 위험"…해수면 상승發 '기후난민' 경고
지구 해수면은 온난화로 남북극이나 고지대 빙하가 바다로 녹아들면서 점점 더 빨리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해수면은 지난 1만1천년을 되돌아볼 때 최근 100년 동안 가장 빨리 상승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해수면 상승은 장기적으로 경제, 생계, 정착지, 보건, 복지, 식량, 물, 문화적 가치에 닥치는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해수면 상승을 비롯한 기후변화 재난을 완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약속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제시된 목표는 지구 표면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전과 대비해 섭씨 1.5도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이행마저도 이뤄지지 않아 해수면 상승 억제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는 탄식도 쏟아지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온난화가 기적적으로 1.5도까지 억제되더라도 2100년까지 해수면이 50㎝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공신력을 인정받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보고서에 담긴 추산치다.

WMO는 온도 상승폭이 1.5도로 억제되더라도 해수면이 향후 2천년 동안 2∼3m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작년 10월 발간한 보고서 '온실가스 배출 격차'에서 현재로서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경로가 없다고 비관한 바 있다.

보고서는 지금대로라면 이번 세기말에 지구 표면온도 상승폭은 섭씨 2.8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이 지금까지 제시한 기후변화 대응 약속이 모조리 시행되더라도 상승폭은 2.4∼2.6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