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신은 어디에 있는가" '침묵'의 엔도 슈사쿠
“인간은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푸릅니다.”

일본 나가사키현의 작은 어촌 소토메마을에는 일본 대표 소설가 엔도 슈사쿠(1923~1996)의 이런 문장이 새겨진 ‘침묵의 비(碑)’가 서 있다. 이 마을은 엔도의 대표작 <침묵>의 배경이자 그의 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다음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엔도는 신앙과 삶 사이, 서양 종교 기독교와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 간 고민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가톨릭 신자인 이모의 집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 유학 경험도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49년 게이오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 리옹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결핵으로 중도 귀국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1955년에 발표한 <백색인>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고 <바다와 독약>으로 신쵸사 문학상과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받으며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1966년에 발표한 <침묵>이 가장 유명하다. 기독교인들이 심하게 박해받던 17세기 일본에서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신부가 배교를 저지르는 이야기다. ‘고난의 순간에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제작한 영화 ‘사일런스’의 원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