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후보자로 도린 레치안 전 내무장관 지명
'친서방' 몰도바 총리 사임…물가 폭등·에너지난 책임 인정(종합)
친서방 성향의 몰도바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나탈리아 가브릴리타(41) 몰도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발표할 때가 왔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야기된 많은 위기를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측의 에너지 협박에 직면했고 국내에서 러시아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단기적 이익만을 좇던 이전 정부처럼 내가 행동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언급했다.

가브릴리타 총리의 언급은 야당이 제기하는 회의론에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정책 노선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경제난이 심화하는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유럽 최빈국으로 꼽히는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높은 물가와 에너지 부족에 시달려왔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정전 등이 자주 발생했고, 물가상승률은 작년 11월 기준으로 31.41%에 달했다.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가브릴리타 총리에게 "위기 국면에서 국가를 이끌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가브릴리타 총리는 2020년 친서방 성향의 산두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총리에 지명된 이후 몰도바 국정을 이끌었다.

그는 전 정권의 친러시아 정책에서 선회해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갈수록 경제 사정이 악화하면서 친서방 정책에 대한 우호 여론도 주춤해진 상태다.

몰도바는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이 됐으나 작년 말 여론조사에서 EU 가입에 찬성하는 국민은 50%로, 1년 전보다 15% 포인트 줄었다.

가브릴리타 총리가 사임함에 따라 산두 대통령은 이날 도린 레치안(48) 전 내무장관을 후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레치안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거치면 총리로서 국정을 이끌게 된다.

레치안 후보자는 "내각 구성 작업을 지체 없이 하겠다"면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며 제도 전반에 질서와 규율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