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후 점화' 콜드론치 방식·하중 견디려 TEL 직립장치 보강
고체엔진 기술 6년새 큰 진전…北제작 TEL도 화성-17형 시험 통해 개량
고체ICBM 고각발사 후 美본토 타격능력 과시위해 정상발사 시도할 수도
열병식서 첫 등장한 北 '고체ICBM'…조만간 시험발사 가능성
북한이 지난 8일 야간에 진행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고체연료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만간 시험 발사해 역량을 과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몇 년 전부터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계속해온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미사일을 전격 공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형'(mock-up)일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신형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관 직립 장치가 식별돼 실물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일 군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형 고체 ICBM은 북한의 최신 ICBM 화성-17형(길이 22~24m)보다 약간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화성-17형의 TEL 바퀴가 11축 22륜인데 반해 이 미사일 TEL은 9축 18륜으로 짧아서다.

고체연료 엔진은 액체 연료와 산화제의 이동을 위한 배관 등이 불필요해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므로 액체연료를 쓰는 화성-17형의 백두산 엔진보다 작은 크기로 설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미사일을 더 작게 제작할 수 있다.

독성과 부식성이 강한 액체연료 및 산화제는 미리 주입해두면 미사일 동체 부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발사 직전 주입해야 하고 이에 따라 주입에 시간이 소요되며 주입 과정이 상대에 식별될 경우 선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고체연료는 건전지를 끼우듯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연료를 탑재한 뒤 발사가 가능하므로 조기 탐지와 식별할 시간이 짧아 한미 요격망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열병식서 첫 등장한 北 '고체ICBM'…조만간 시험발사 가능성
이번 신형 미사일은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담긴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사일 본체가 그대로 TEL에 올려진 화성-17형이나 화성-15형 등 기존 액체연료 계열 ICBM과 구분된다.

캐니스터 적재는 액체연료와 비교해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과 화염이 발생하는 고체연료 특성을 고려, '콜드론치'(cold launch·압축 기체를 이용해 미사일을 상승시킨 뒤 공중에서 연료로 엔진을 점화하는 발사 방식)를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콜드론치로 미사일을 상승시키려면 캐니스터가 있어야 한다"며 "이외에 미사일의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탄두 중량 8∼9t으로 극비리에 개발 중인 현무-5 탄도미사일도 하중에 따른 발사 충격 최소화를 위해 콜드론치를 적용했으며 러시아 토폴-M ICBM도 같은 방식이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에 이미 고체 연료, 원통형 캐니스터, 콜드론치 방식을 적용한 바 있다.

북극성-2형이 2017년 2월 공개된 길이 9m짜리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년 새 북한 고체연료 기술이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열병식서 첫 등장한 北 '고체ICBM'…조만간 시험발사 가능성
ICBM을 쏘기 위해 필요한 TEL이 개량됐다는 단서도 이번 열병식에서 드러났다.

신형 미사일을 싣고 나온 TEL은 고체연료 엔진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처음 공개된 2017년 4월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 때 이를 탑재했던 TEL과 비교된다.

2017년 TEL은 중국제 차량에 바퀴는 8축 16륜, 발사관 직립 장치는 발사관 하부 중앙 지점에 1개 있는 형태였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북한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9축 18륜 차량에 직립 장치가 발사관 좌우 측면에 달린 형태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17년 공개한 TEL은 북한이 계획하는 고체연료 ICBM 발사에 적합하지 않았고, 이후 개량을 거쳐 탑재 중량이 무거운 ICBM을 버틸 수 있는 TEL 차체와 직립 장치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발사관 좌우 측면의 직립 장치는 화성-17형 TEL에도 적용된 형태로, 북한이 그간 화성-17형 시험발사를 거치며 실전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열병식에 화성-17형을 최소 11기, 신형 고체연료 ICBM은 5기 이상 동원했다.

기존 열병식에 화성-17형 4∼6기 정도를 투입했던 것과 달리 역대 가장 많은 숫자의 ICBM을 늘어놓고 대미 핵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형 고체연료 ICBM은 지난해 12월 로켓 지상 분출 시험에 이어 실제 모습을 공개한 이상 조만간 첫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핵 전문가인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몇 달 내 첫 번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이라며 "뒤이어 성능 확인을 위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기에는 고각 발사로 성능을 검증하고 이후 정상 각도(30~45도) 발사를 시도해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을 과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작년 12월 20일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가졌는지를 검증하려면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며 정상 각도 발사를 시사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상황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면서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