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반체제 인사 탈출 도운 프랑스 맹비난…자국 대사 소환
북아프리카 알제리가 출국이 금지된 자국 반체제 인사의 유럽행에 프랑스가 개입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알제리 방문과 식민 과거사 청산 발표로 형성된 양국의 화해 무드가 이번 갈등으로 인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제리 대통령실은 전날 성명을 통해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은밀하고 불법적으로 탈출시킨 것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또 테분 대통령은 사이드 무시 주프랑스 대사를 즉각 소환할 것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또 알제리 외무부는 주프랑스 대사 소환 직전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 통보문을 보내 "알제리 국민의 불법적인 탈출에 프랑스 외교관, 영사, 보안요원이 개입한 것은 주권 침해로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양국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알제리 측의 이런 반발은 알제리에서 출국 금지 대상인 반체제 여성 운동가이자 언론인 아미라 부라위(46)의 유럽행에 프랑스가 개입한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반정부 시위 때 대통령 모독 등 혐의로 체포된 부라위는 이듬해 5월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항소 후 출국 금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부라위는 몰래 국경을 넘어 튀니지로 숨어들었고, 지난 3일 프랑스 여권을 이용해 파리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튀니지 경찰에 체포됐다.

알제리로 송환될 위기에 놓였던 부라위는 그러나 튀니지 법원의 석방 허가를 받고 결국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부라위가 주튀니지 프랑스 대사관의 환대를 받았으며,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행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알제리, 반체제 인사 탈출 도운 프랑스 맹비난…자국 대사 소환
또 프랑스가 튀니지에 외교적 압박을 가해 부라위의 파리행이 성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프랑스 외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튀니지 정부 측 대변인도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지난 7일 뚜렷한 이유 없이 오스만 제란디 장관을 경질하면서 현재 튀니지 외무부 장관은 공석이다.

132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프랑스를 상대로 한 8년간의 독립전쟁 끝에 1962년 해방됐다.

그래서 양국은 종종 과거사를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에 빠지곤 했다.

지난해 알제리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식민통치 과거사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 노력을 했다.

테분 알제리 대통령도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오는 5월 프랑스를 방문하기로 했으나, 이번 갈등이 테분 대통령의 답방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