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弗·獨 '지원 의지'는 확인…전투기 지원 확답은 '글쎄'
군복 차림 파격으로 전쟁 관련 서방 관심 한 몸에
젤렌스키, 유럽 전격 방문해 "날개 달라" 호소…전투기 얻어낼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격적 유럽 방문으로 그동안 절절히 호소하던 서방의 전투기 지원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영국 등 서방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주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방 주요 국가의 중심 의제로 다시 부각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를 연이어 방문해 영국·프랑스·독일 정상과 회동했다.

작년 2월 전쟁 후 첫 유럽 국가 방문이자, 작년 말 미국 방문을 포함해 2번째 해외 방문이었다.

특히 영국 방문 계획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실이 발표하기 직전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되다 당일에야 '깜짝' 발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먼저 영국에서 수낵 총리와 회동했다.

수낵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지원 문제도 대화 주제였다"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련 논의를 진행한 사실을 밝혔다.

의회 연설에서도 주제는 전투기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겐 자유가 있다.

그 자유를 지킬 날개를 달라"며 전투기 지원을 영국 의회에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찰스3세 국왕 환담을 마지막으로 빡빡한 영국 일정을 마치고 즉각 프랑스로 이동,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찬을 가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도 두 정상에게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크게 환대했지만, 전투기 지원 호소에는 확전 가능성 등을 우려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젤렌스키, 유럽 전격 방문해 "날개 달라" 호소…전투기 얻어낼까
수낵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지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원을 결정할 챌린저 2 전차는 내달 안에 전장에 배치된다고도 밝혔다.

총리실도 수낵 총리가 벤 월리스 국방장관에게 "어떤 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이는 장기적인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당장의 지원에 선을 그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도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다시 강조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전투기 지원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투기 지원은 확답받지 못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성과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방문 계획을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일정도 촘촘하게 연출한 덕분에 서방 국가의 관심을 한 방에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유럽에서 벌어지는 이 전쟁을 잊지 말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유럽 전격 방문해 "날개 달라" 호소…전투기 얻어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투복 차림으로 영국 상·하원 의장 앞에 선 국가 지도자는 처음이라는 데 주목했다.

가디언은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지원을 받기 위해) 서방의 관심을 계속 전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튀르키예·시리아의) 지진이나 각국의 내부 정치 문제, (그래미) 음악상 등 다른 뉴스거리를 물리쳐야 한다는 점을 아는 것"이라며 파격적 방문의 숨은 의도를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타임스지와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전쟁을 보는데, 지겨워지면 그냥 스크롤을 올려버릴 것"이라며 전쟁이 금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