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용 관장, 인터뷰…"장소별로 3∼4개월씩, 세부 일정 협의 중"
"누구나 편하게 오는 박물관 됐으면…7월 취약계층 위한 계획 발표"
국립중앙박물관장 "2025년부터 美·英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이 2025년 하반기부터 미국과 영국 관람객과 만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해외 3개 기관이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세부 일정과 전시품 목록 등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윤 관장은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하반기까지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미국 시카고박물관, 영국박물관에서 장소별로 3∼4개월간 개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미국의 주요 박물관과 전시 여부를 협의 중이라는 소식은 알려졌으나, 영국에서의 계획은 처음 전해졌다.

1753년 개관한 영국박물관은 최초의 공공 박물관이자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이름나 있다.

윤 관장은 지난해 박물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도 '이건희 컬렉션'을 꼽았다.

국립중앙박물관장 "2025년부터 美·英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기증 1주년을 맞아 어느 노년의 수집가가 손님을 초대하는 듯한 콘셉트를 내세웠던 기념전은 서울은 물론, 광주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대구·청주 등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박물관은 지난해 분청사기, 청자 등 기증품 2만여 점의 정보를 총망라한 목록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윤 관장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간적·시간적 범위가 큰 기증품을 총 9권의 보고서로 정리해 국민들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국립박물관의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윤 관장은 "많은 일이 있다 보니 지난 몇 개월이 마치 6∼7년 같았다.

박물관에서 20년 이상 일했는데도 '관장'의 무게감은 또 다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 말과는 달리 윤 관장은 사실 박물관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가다.

경북대 사학과 출신인 그는 1997년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첫발을 뗀 이후 국립청주박물관장, 국립민속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 학예연구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국립중앙박물관장 "2025년부터 美·英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그런 그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각종 회의와 결재판을 없앤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 박물관에 있는 구성원 모두가 전문가입니다.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기회를 주는 게 제 역할이고요.

제가 시킬 일은 없죠." (웃음)
지난 7개월, 어쩌면 짧은 기간일 수 있지만, 그로서는 녹록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특히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일 3개국 박물관이 함께한 기획전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뺀 한국사 연표를 전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임 두 달여 만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윤 관장은 "중국 측에서는 실무 담당자의 소통 부족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 했지만, 현장 상황과 그간의 논의 과정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히 계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구려 역사는 당연히 우리 역사"라며 "박물관이 소장한 광개토대왕비 탁본(拓本·불상이나 비석 등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떠낸 것)을 상설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장 "2025년부터 美·英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윤 관장은 박물관이 '누구에게나 쉽고, 편한 장소'였으면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물관이 엄숙하고 딱딱할 거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벽'을 허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청년들이 없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도 없습니다.

그동안 박물관이 역사적 사실 전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야 하지 않을까요? 감동과 사람,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으로요.

" (웃음)
윤 관장은 올해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장애인 등 문화 취약계층이 박물관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Barrier Free)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7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박물관이요? 제 삶의 원동력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텅 빈 전시장에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좋습니다.

이곳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장 "2025년부터 美·英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