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작가] 맨해튼 5m '금속 콩', 미술계 애증 한몸에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촌(富村) 트라이베카에 금속으로 된 콩 모양 조형물이 모습(사진)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애니시 커푸어(69)가 설치한 5m 높이의 공공 미술 작품 ‘미니 빈’(가칭)이다. 아직 커푸어가 작품명과 제작 의도를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이날 이후 작품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연일 붐비고 있다.

이 작품을 보는 미술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는 “커푸어의 작품은 눈에 거슬린다”는 비평을 인터넷판 톱기사로 띄우기까지 했다.
[이 아침의 작가] 맨해튼 5m '금속 콩', 미술계 애증 한몸에
공공 미술작품 하나가 이렇게 큰 화제를 모으는 건 그만큼 커푸어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1990년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로 참석했고, 이듬해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시각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참신한 소재와 조형미 덕분에 전 세계 미술 애호가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작가들 중에서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2016년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 물감’ 반타블랙의 사용권을 사들인 뒤 “다른 작가가 쓰면 고소하겠다”고 선언한 걸 계기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