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폐플라스틱, 귀한 몸 된다…연간 4000억 벌 것"
“SK그룹에 입사해서 쓰레기장으로 출근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겠죠. 우리처럼 전국의 쓰레기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의 나경수 사장(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요즘 직원들이 고생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전국의 재활용센터와 쓰레기장을 훑으며 폐플라스틱 조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나 사장은 “여기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가공해 새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공장을 울산에 짓고 있다”며 “울산 폐플라스틱 공장을 가동하는 2025년 이후부터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공장의 EBITDA 추정치는 2021년 이 회사 전체 EBITDA(4378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은 1972년 한국 최초로 나프타분해공정(NCC) 시설을 가동한 화학업계 ‘맏형’이다. 하지만 2020년 이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탄소를 내뿜는 공장을 닫는 대신 1조7000억원을 들여 연산 2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공장을 2025년까지 구축한다. 이 공장이 들어서면 폐플라스틱을 매립·소각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감축한 것으로 간주 받게 된다.

주력 업종을 바꾼 이유와 관련해 나 사장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뛰는데 탄소를 내뿜는 화학기업의 실적이 좋을 수 있겠냐”고 했다. 정통 화학사업 비중이 여전히 적잖은 SK지오센트릭도 2021년 32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정통 화학기업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전환해 실적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사업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15조9041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의 기업가치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24조8000억원으로 산출됐다. 다른 계열사인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은 시장에서 사실상 마이너스(-)로 평가받고 있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을 상장할 만한 회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폐플라스틱 사업이 2025년 안착해 좋은 실적을 내면 그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 회사에 가려진 SK지오센트릭의 숨은 기업가치를 부각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 부양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환/장서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