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은행 수수료·금리 인하 경쟁…신한, 창구 이체도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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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60세이상 고객 대상…'공공재' 압박 등에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애
가산금리도 줄여 한달새 대출금리 1.22%p 급락…코픽스 낙폭의 24배
시중은행들이 최근 이례적으로 앞다퉈 각종 수수료를 없애거나 줄이고 대출 금리도 스스로 낮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기업 대출을 바탕으로 달성한 사상 최대 이익, 금리 상승기에 커진 예대 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등에 대한 여론의 눈총이 따가울 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은행은 공공재"라며 공익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은행권, 온라인이체·중도상환 수수료 줄줄이 없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체(송금) 수수료까지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창구 송금수수료는 송금액에 따라 건당 600∼3천원 수준으로,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을 받는 고객은 약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신한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고객들의 창구 송금 수수료를 없애 더 쉽고 부담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달 1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뉴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바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한용구 신임 은행장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후 KB국민은행도 같은 달 19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앴고,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시점에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 면제를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 이달 8일, 10일부터 모바일·인터넷 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은행의 감면 경쟁 대상은 이체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말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데 합의했고, 신한은행은 실제로 지난달 18일부터 중도상환 해약금(수수료)을 받지 않고 있다.
신한의 중도상환 해약금 지원 대상은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신용·전세자금·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 대출자로, 면제 기간은 최장 1년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6일부터 'KCB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앴고, KB국민은행 역시 이달 10일부터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할 예정이다.
◇ 가산금리 자진 인하에 한달새 주담대 상단 1.22%p↓…지표금리 코픽스 낙폭의 24배
은행들은 대출 금리도 일제히 낮추고 있다.
특히 개별은행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줄이면서 실제 대출금리 하락 폭이 시장(채권) 금리나 코픽스 등 지표 금리의 하락 폭보다 훨씬 크다.
지난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0∼6.890%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1월 6일(연 5.080∼8.110%)과 비교해 상단이 0.130%포인트, 하단이 1.220%포인트나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050%포인트(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실제 4대 은행 변동금리 낙폭은 하단(-0.130%포인트)이 약 3배, 상단(-1.220%포인트)은 약 24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연 4.130∼6.640%)와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 연 5.150∼6.260%)도 한 달 사이 상·하단이 0.506∼0.690%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의 금리는 같은 기간 각 0.638%포인트(1월 6일 4.527%→2월 3일 3.889%), 0.563%포인트(4.104%→3.541%) 하락했다.
역시 전반적으로 실제 은행의 대출 금리 내림 폭이 지표금리(시장금리)를 웃도는 상황이다.
◇ "공익·건전성 관리 위해 필요하지만…금리체계 혼란·은행 체력저하 우려도"
올해 들어 최근 한 달여 사이 뚜렷한 은행권의 이런 태도 변화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인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아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까지 더해졌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토론회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의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다양한 감면과 인하를 통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공익적 측면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데는 은행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나 여론의 압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예금·대출 금리 조정에 간섭하면, 예금 금리와 시장금리, 대출 금리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금리 체계가 망가져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며 "더구나 엄연히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 은행에 공익 지출만 강조하는 것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의 완충장치로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은행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가산금리도 줄여 한달새 대출금리 1.22%p 급락…코픽스 낙폭의 24배
시중은행들이 최근 이례적으로 앞다퉈 각종 수수료를 없애거나 줄이고 대출 금리도 스스로 낮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기업 대출을 바탕으로 달성한 사상 최대 이익, 금리 상승기에 커진 예대 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등에 대한 여론의 눈총이 따가울 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은행은 공공재"라며 공익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은행권, 온라인이체·중도상환 수수료 줄줄이 없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체(송금) 수수료까지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창구 송금수수료는 송금액에 따라 건당 600∼3천원 수준으로,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을 받는 고객은 약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신한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고객들의 창구 송금 수수료를 없애 더 쉽고 부담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달 1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뉴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바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한용구 신임 은행장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후 KB국민은행도 같은 달 19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앴고,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시점에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 면제를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 이달 8일, 10일부터 모바일·인터넷 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은행의 감면 경쟁 대상은 이체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말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데 합의했고, 신한은행은 실제로 지난달 18일부터 중도상환 해약금(수수료)을 받지 않고 있다.
신한의 중도상환 해약금 지원 대상은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신용·전세자금·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 대출자로, 면제 기간은 최장 1년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6일부터 'KCB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앴고, KB국민은행 역시 이달 10일부터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할 예정이다.
◇ 가산금리 자진 인하에 한달새 주담대 상단 1.22%p↓…지표금리 코픽스 낙폭의 24배
은행들은 대출 금리도 일제히 낮추고 있다.
특히 개별은행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줄이면서 실제 대출금리 하락 폭이 시장(채권) 금리나 코픽스 등 지표 금리의 하락 폭보다 훨씬 크다.
지난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0∼6.890%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1월 6일(연 5.080∼8.110%)과 비교해 상단이 0.130%포인트, 하단이 1.220%포인트나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050%포인트(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실제 4대 은행 변동금리 낙폭은 하단(-0.130%포인트)이 약 3배, 상단(-1.220%포인트)은 약 24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연 4.130∼6.640%)와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 연 5.150∼6.260%)도 한 달 사이 상·하단이 0.506∼0.690%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의 금리는 같은 기간 각 0.638%포인트(1월 6일 4.527%→2월 3일 3.889%), 0.563%포인트(4.104%→3.541%) 하락했다.
역시 전반적으로 실제 은행의 대출 금리 내림 폭이 지표금리(시장금리)를 웃도는 상황이다.
◇ "공익·건전성 관리 위해 필요하지만…금리체계 혼란·은행 체력저하 우려도"
올해 들어 최근 한 달여 사이 뚜렷한 은행권의 이런 태도 변화에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인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아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까지 더해졌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토론회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의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다양한 감면과 인하를 통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공익적 측면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데는 은행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나 여론의 압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예금·대출 금리 조정에 간섭하면, 예금 금리와 시장금리, 대출 금리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금리 체계가 망가져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며 "더구나 엄연히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 은행에 공익 지출만 강조하는 것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의 완충장치로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은행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