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대장정 마무리하는 KCO 김민 음악감독 "한층 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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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 연주 8일 롯데콘서트홀서 마쳐…실황앨범도 준비
여든에도 무대에 서는 한국 실내악 '산 증인'…"오직 음악만 생각했기에 살아남아"
"콩쿠르 우승 많이 한다고 클래식강국 되는 것 아냐" "모차르트 교향곡들에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악단도, 단원들도 모두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허허"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체임버오케스트라(소편성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끝을 앞두고 있다.
KCO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핀란드 출신의 거장 랄프 고토니의 지휘로 모차르트 교향곡 9·12·29·39번을, 오는 8일에는 대장정의 마지막 연주회에서 교향곡 10·20·30번과 41번 '주피터'를 들려줄 예정이다.
KCO의 창단 55주년 기념으로 야심 차게 기획한 이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앞두고 지난 1일 KCO의 김민(81) 음악감독을 서울 서초구에 있는 KCO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KCO의 전신인 서울바로크합주단을 1980년 재조직한 이후 40년 넘게 KCO를 이끌어온 한국 실내악의 '살아있는 역사' 같은 인물이다.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서는 총괄기획 역할은 물론, 악장(바이올린)으로 무대에 올라 단원들과 함께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고뇌와 성찰이 담긴 교향곡들을 직접 들려주고 있다.
김 감독은 모차르트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통해 단원들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차르트 음악이라는 게 밝고 즐거운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니라 고통과 슬픔, 어둡고 비극적이고 우울한 면들이 잠재돼 있지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동료들과 같이해보니까 확실히 음악과 현실이 동화되면서 모차르트 교향곡에 더 빠져드는 것을 느꼈어요.
"
모차르트의 교향곡 46곡 전곡을 한 악단이 1년 안에 10차례의 연주회에서 전부 선보인다는 구상은 한국 최초로,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흔하지 않은 대기획이다.
2019년 12월 KCO의 창단 55주년 기획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중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1년간 표류하다가 작년 가까스로 재개돼 이제 그 대장정의 끝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단원들과 김 감독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팬데믹이 2년이 넘어가다 보니 모차르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악단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지요.
우리가 IMF 사태 때도 살아남았는데… 힘이 들더군요.
"
1965년 창단(서울바로크합주단) 이래 숱한 난관 속에서도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그래도 KCO가 입주한 건물 주인의 배려로 임대료를 줄일 수 있었고, 절치부심 끝에 모차르트 프로젝트도 재개했다.
김 감독은 "오로지 음악만을 생각하며 버텼기에 이렇게 살아남은 것 같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는 모차르트 전곡 연주의 지휘를 맡은 '음악적 동지' 랄프 고토니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핀란드 출신의 음악가인 고토니는 영국의 명문 실내악단인 잉글리시체임버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지휘자 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핀란드 명문 시벨리우스 음악원 등 유럽의 유수 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해왔다.
김 감독은 고토니를 "음악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음악의 '도사' 같은 사람"이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리허설은 일종의 음악학 강의 같기도 합니다.
또 사람이 굉장히 소탈해요.
단원들도 이번에 그와 함께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특히 평소 거의 연주되지 않는 모차르트의 초기 교향곡들을 해 보면서 음악적으로 아주 깊이 빠져드는 경험을 했지요.
"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는 실황은 전부 녹음돼 향후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오는 8일 마지막 연주가 끝난 뒤부터는 랄프 고토니와 톤마이스터(녹음감독) 최진 감독과 함께 실황 녹음을 점검하며 음반 준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곡을 모두 음반에 수록할지, 일부만 선별해 내놓을지는 실황 연주와 녹음 상태를 꼼꼼히 살펴본 뒤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얻은 성과가 뭐냐는 물음에 그는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체임버오케스트라로 도약하는 시간을 앞당긴 거 같다"면서 "한국 서양음악연주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는 의미도 있다"고 자평했다.
1942년생으로 만 여든이 된 김 감독은 요즘에도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예술의전당 인근 KCO 사무실까지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서울대 음대에서 2008년 정년퇴직한 뒤에도 여전히 후배·동료들과 함께 무대에서 서고 있는 그는 건강의 비결이 있냐는 질문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클래식의 발전을 온몸으로 겪어온 김 감독은 요즘 젊은 독주자들이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이른바 'K-클래식' 현상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도 내비쳤다.
"콩쿠르 입상은 물론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그런데 주요 콩쿠르에서 우승자를 많이 낸다고 해서 클래식 강국이 되는 게 아니에요.
솔리스트뿐 아니라 오페라, 합창, 실내악, 교향악 등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클래식 수준을 균형 있게 높이고, 관객의 저변도 늘려야 합니다.
" /연합뉴스
여든에도 무대에 서는 한국 실내악 '산 증인'…"오직 음악만 생각했기에 살아남아"
"콩쿠르 우승 많이 한다고 클래식강국 되는 것 아냐" "모차르트 교향곡들에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악단도, 단원들도 모두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허허"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체임버오케스트라(소편성 오케스트라)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끝을 앞두고 있다.
KCO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핀란드 출신의 거장 랄프 고토니의 지휘로 모차르트 교향곡 9·12·29·39번을, 오는 8일에는 대장정의 마지막 연주회에서 교향곡 10·20·30번과 41번 '주피터'를 들려줄 예정이다.
KCO의 창단 55주년 기념으로 야심 차게 기획한 이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앞두고 지난 1일 KCO의 김민(81) 음악감독을 서울 서초구에 있는 KCO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KCO의 전신인 서울바로크합주단을 1980년 재조직한 이후 40년 넘게 KCO를 이끌어온 한국 실내악의 '살아있는 역사' 같은 인물이다.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서는 총괄기획 역할은 물론, 악장(바이올린)으로 무대에 올라 단원들과 함께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고뇌와 성찰이 담긴 교향곡들을 직접 들려주고 있다.
김 감독은 모차르트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통해 단원들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차르트 음악이라는 게 밝고 즐거운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니라 고통과 슬픔, 어둡고 비극적이고 우울한 면들이 잠재돼 있지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동료들과 같이해보니까 확실히 음악과 현실이 동화되면서 모차르트 교향곡에 더 빠져드는 것을 느꼈어요.
"
모차르트의 교향곡 46곡 전곡을 한 악단이 1년 안에 10차례의 연주회에서 전부 선보인다는 구상은 한국 최초로,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흔하지 않은 대기획이다.
2019년 12월 KCO의 창단 55주년 기획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중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1년간 표류하다가 작년 가까스로 재개돼 이제 그 대장정의 끝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단원들과 김 감독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팬데믹이 2년이 넘어가다 보니 모차르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악단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지요.
우리가 IMF 사태 때도 살아남았는데… 힘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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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창단(서울바로크합주단) 이래 숱한 난관 속에서도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그래도 KCO가 입주한 건물 주인의 배려로 임대료를 줄일 수 있었고, 절치부심 끝에 모차르트 프로젝트도 재개했다.
김 감독은 "오로지 음악만을 생각하며 버텼기에 이렇게 살아남은 것 같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는 모차르트 전곡 연주의 지휘를 맡은 '음악적 동지' 랄프 고토니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핀란드 출신의 음악가인 고토니는 영국의 명문 실내악단인 잉글리시체임버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지휘자 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핀란드 명문 시벨리우스 음악원 등 유럽의 유수 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해왔다.
김 감독은 고토니를 "음악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음악의 '도사' 같은 사람"이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리허설은 일종의 음악학 강의 같기도 합니다.
또 사람이 굉장히 소탈해요.
단원들도 이번에 그와 함께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특히 평소 거의 연주되지 않는 모차르트의 초기 교향곡들을 해 보면서 음악적으로 아주 깊이 빠져드는 경험을 했지요.
"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는 실황은 전부 녹음돼 향후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오는 8일 마지막 연주가 끝난 뒤부터는 랄프 고토니와 톤마이스터(녹음감독) 최진 감독과 함께 실황 녹음을 점검하며 음반 준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곡을 모두 음반에 수록할지, 일부만 선별해 내놓을지는 실황 연주와 녹음 상태를 꼼꼼히 살펴본 뒤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얻은 성과가 뭐냐는 물음에 그는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체임버오케스트라로 도약하는 시간을 앞당긴 거 같다"면서 "한국 서양음악연주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는 의미도 있다"고 자평했다.
1942년생으로 만 여든이 된 김 감독은 요즘에도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예술의전당 인근 KCO 사무실까지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서울대 음대에서 2008년 정년퇴직한 뒤에도 여전히 후배·동료들과 함께 무대에서 서고 있는 그는 건강의 비결이 있냐는 질문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클래식의 발전을 온몸으로 겪어온 김 감독은 요즘 젊은 독주자들이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이른바 'K-클래식' 현상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도 내비쳤다.
"콩쿠르 입상은 물론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그런데 주요 콩쿠르에서 우승자를 많이 낸다고 해서 클래식 강국이 되는 게 아니에요.
솔리스트뿐 아니라 오페라, 합창, 실내악, 교향악 등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클래식 수준을 균형 있게 높이고, 관객의 저변도 늘려야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