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성향별 민원 편중…"청부 심의·모니터링 위축 등 우려"
쏟아지는 정당 민원에 방심위 '몸살'…3년간 2천여건 폭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치권 주요 정당에서 쏟아지는 프로그램 관련 민원들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방심위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 2022년 3년 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이 방송 프로그램 내용과 관련해 방심위에 접수한 민원은 총 2천65건에 이른다.

특히 연도별로 보면 2020년 474건, 2021년 641건, 2022년 950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접수된 민원 중 '경고'와 '주의' 같은 법정 제재가 이뤄진 사례는 2020년 2건, 2021년 1건, 2022년 9건으로 총 12건이었다.

'권고'와 '의견제시' 등 행정지도는 2020년 33건, 2021년 90건, 2022년 210건으로 총 333건이었다.

'문제없음' 의결이 난 경우는 2020년 35건, 2021년 144건, 2022년 129건으로 총 308건으로 집계됐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전신인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포함)이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20년에 216건, 2021년에 504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708건의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권 교체 후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20년 258건, 2021년 136건, 2022년 242건의 민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진보당은 2021년 1건에 그쳤다.

정당발 민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자 정치 성향에 따라 민원을 제기한 대상 방송사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도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진보 또는 좌 성향으로 인식되는 방송사인 MBC와 TBS-FM에 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성향으로 구분되는 TV조선과 채널A를 문제 삼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해 정당 민원 접수 세부 현황을 보면 국민의힘은 MBC에 156건, TBS FM에 230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1건과 2건에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TV조선에는 157건, 채널A에는 68건의 민원을 냈다.

국민의힘은 각각 37건, 0건으로 대비됐다.

방심위로 접수된 모든 민원은 의결안건과 보고안건을 통해 방송 및 광고심의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처리된다.

최근 방송소위에서는 특히 정치색이 뚜렷한 민원이 자주 제기되는 편이다.

정권 교체 후에는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이 단골 안건으로 오르고 있다.

위원들 역시 추천한 정당의 정치 성향에 따라 의견을 내고 서로 대립하는 식이라 '국회 과방위 축소판'을 보는 듯한 장면도 펼쳐지고 있다.

정당 민원이 봇물 터지듯 하면서 정파 심의가 계속되는 현상을 놓고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심의위원을 추천하는 정당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고, '청부 심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방심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정당 민원의 경우 1차적으로 판단해서 기각할 수도 있는데 부담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방심위의 모니터링 등 다른 기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