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관광대국 태국 경찰의 이상한 '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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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VVIP 입국 서비스'·대만 여배우 갈취로 뭇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최근 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태국인이 붙인 자조 섞인 제목이다.
경찰이 중국 관광객에게 제공한 'VVIP 서비스'가 태국인들을 분노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팔로워 약 63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초우단'(Choudan)은 지난달 20일 중국판 틱톡에 특별한 태국 입국 체험 영상을 올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그를 따라 '패스트 트랙'을 통해 초고속으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대기하던 경찰이 차 문을 열어주며 물을 건넨다.
초우단은 "줄을 서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5분이면 충분했다"며 깔깔댔다.
사이렌을 켠 경찰 오토바이를 따라 교통체증을 피해 파타야 호텔로 달린다.
초우단은 "3시간 걸릴 거리를 1시간 만에 왔다"며 경찰과 기념사진을 찍고 팁도 준다.
입국 수속부터 호텔 이동까지 귀빈 대접을 받는 비용은 총 1만3천 밧(약 49만 원)이었다.
영상 공개로 파장이 일자 경찰은 "관광객을 위해 입국 수속 절차를 단축할 수 없으며 경찰 호위는 교통법에 따르거나 내각 결의가 필요하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상에 등장한 경찰들의 신원이 확인된 후에는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개인 차량을 이용한 부업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내놨다.
태국관광청(TAT)은 중국에서 이 같은 서비스 관련 광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태국 VIP 입국 서비스'를 찾아냈다.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뒤늦게 담롱삭 끼띠프라팟 경찰청장은 "경찰의 수치"라며 조사를 확대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관련자 처벌을 지시했다.
중국 인플루언서가 자랑하듯 올린 영상은 결과적으로 태국 경찰의 비뚤어진 '부업'을 폭로한 셈이 됐다.
태국 경찰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망신스러운 사건이 이어졌다.
이번 폭로의 주체는 샬린 안(Charlene An)이라는 대만 여배우다.
그는 지난달 초 새벽 방콕 중국대사관 부근에서 경찰에 2시간 동안 붙잡혀 있다가 2만7천 밧(100만 원)을 주고 풀려났다고 지난달 25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그가 탄 택시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여권이 없고 전자담배를 소지하고 있다며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VVIP 서비스'로 혼쭐이 난 경찰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여배우에게 돈을 받지 않았고, 그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택시 기사도 가세해 일행이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여배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우겼다.
여배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상황은 '마사지 황제'로 불리는 추윗 카몬위싯의 등장으로 역전됐다.
추윗은 여배우 일행 중 한 명이 경찰에게 돈을 건네는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리한 CCTV 영상은 삭제하고 택시 운전사에게 여배우가 술에 취했다고 증언하라고 설득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의 대형 비리를 연달아 폭로하며 '경찰 저격수' 역할을 해온 추윗은 앞서 입국 서비스 영상 논란 당시에도 "경찰이 수년간 돈벌이를 위해 중국 관광객에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날을 세웠다.
결국 여배우의 폭로는 사실로 밝혀졌고, 지난달 31일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지난 2일에도 파타야에서 전자담배를 가진 외국 관광객에게 경찰이 6만 밧(223만 원)을 요구했다가 '흥정' 끝에 3만 밧을 받은 일이 보도됐다.
태국 거리에서는 전자담배를 파는 상인들과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적발되면 최대 50만 밧(1천863만 원)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뒷돈을 챙기려는 경찰에게 외국인은 특히 좋은 '먹잇감'이 된다.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관광산업이 차지한다.
관광 산업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국가에서 경찰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셈이다.
태국의 대마 합법화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태국 정부는 카지노 합법화도 검토 중이다.
다만 누구도 경찰이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범죄 도시'로의 여행은 원하지 않는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안전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태국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태국 경찰의 비리·부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방콕포스트는 사설에서 "물론 어디나 '썩은 사과'가 존재하지만, 경찰의 비행은 점점 악랄하고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권력 집단인 경찰과 군대 개혁 논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매번 저항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일부 '불량 경찰'을 처단하는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돈을 쉽게 버는 유혹은 달콤하지만 위험하다.
기득권을 내려놓기도, 개혁하기도 어렵다.
이는 비단 태국 경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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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태국인이 붙인 자조 섞인 제목이다.
경찰이 중국 관광객에게 제공한 'VVIP 서비스'가 태국인들을 분노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팔로워 약 63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초우단'(Choudan)은 지난달 20일 중국판 틱톡에 특별한 태국 입국 체험 영상을 올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그를 따라 '패스트 트랙'을 통해 초고속으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대기하던 경찰이 차 문을 열어주며 물을 건넨다.
초우단은 "줄을 서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5분이면 충분했다"며 깔깔댔다.
사이렌을 켠 경찰 오토바이를 따라 교통체증을 피해 파타야 호텔로 달린다.
초우단은 "3시간 걸릴 거리를 1시간 만에 왔다"며 경찰과 기념사진을 찍고 팁도 준다.
입국 수속부터 호텔 이동까지 귀빈 대접을 받는 비용은 총 1만3천 밧(약 49만 원)이었다.
영상 공개로 파장이 일자 경찰은 "관광객을 위해 입국 수속 절차를 단축할 수 없으며 경찰 호위는 교통법에 따르거나 내각 결의가 필요하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상에 등장한 경찰들의 신원이 확인된 후에는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개인 차량을 이용한 부업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내놨다.
태국관광청(TAT)은 중국에서 이 같은 서비스 관련 광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태국 VIP 입국 서비스'를 찾아냈다.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뒤늦게 담롱삭 끼띠프라팟 경찰청장은 "경찰의 수치"라며 조사를 확대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관련자 처벌을 지시했다.
중국 인플루언서가 자랑하듯 올린 영상은 결과적으로 태국 경찰의 비뚤어진 '부업'을 폭로한 셈이 됐다.
태국 경찰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망신스러운 사건이 이어졌다.
이번 폭로의 주체는 샬린 안(Charlene An)이라는 대만 여배우다.
그는 지난달 초 새벽 방콕 중국대사관 부근에서 경찰에 2시간 동안 붙잡혀 있다가 2만7천 밧(100만 원)을 주고 풀려났다고 지난달 25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그가 탄 택시를 검문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여권이 없고 전자담배를 소지하고 있다며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VVIP 서비스'로 혼쭐이 난 경찰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여배우에게 돈을 받지 않았고, 그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택시 기사도 가세해 일행이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여배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우겼다.
여배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상황은 '마사지 황제'로 불리는 추윗 카몬위싯의 등장으로 역전됐다.
추윗은 여배우 일행 중 한 명이 경찰에게 돈을 건네는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리한 CCTV 영상은 삭제하고 택시 운전사에게 여배우가 술에 취했다고 증언하라고 설득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의 대형 비리를 연달아 폭로하며 '경찰 저격수' 역할을 해온 추윗은 앞서 입국 서비스 영상 논란 당시에도 "경찰이 수년간 돈벌이를 위해 중국 관광객에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날을 세웠다.
결국 여배우의 폭로는 사실로 밝혀졌고, 지난달 31일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지난 2일에도 파타야에서 전자담배를 가진 외국 관광객에게 경찰이 6만 밧(223만 원)을 요구했다가 '흥정' 끝에 3만 밧을 받은 일이 보도됐다.
태국 거리에서는 전자담배를 파는 상인들과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적발되면 최대 50만 밧(1천863만 원)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뒷돈을 챙기려는 경찰에게 외국인은 특히 좋은 '먹잇감'이 된다.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관광산업이 차지한다.
관광 산업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국가에서 경찰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셈이다.
태국의 대마 합법화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태국 정부는 카지노 합법화도 검토 중이다.
다만 누구도 경찰이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범죄 도시'로의 여행은 원하지 않는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안전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태국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태국 경찰의 비리·부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방콕포스트는 사설에서 "물론 어디나 '썩은 사과'가 존재하지만, 경찰의 비행은 점점 악랄하고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권력 집단인 경찰과 군대 개혁 논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매번 저항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일부 '불량 경찰'을 처단하는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돈을 쉽게 버는 유혹은 달콤하지만 위험하다.
기득권을 내려놓기도, 개혁하기도 어렵다.
이는 비단 태국 경찰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