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4개월 아기 등 사망…국제구호단체 "伊 정부 책임"
구조선 줄어든 지중해…이탈리아 향하던 이주민 12명 숨져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던 이주민 12명이 숨졌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전날 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소형 어선에서 시신 8구를 수습하고 생존자 42명을 구조했다.

사망자 8명 중 3명은 여성으로, 이중 1명은 임신부였다.

생존자 42명은 말리, 코트디부아르, 기니, 카메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국적으로, 이들은 지난달 28일 새벽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해안경비대는 긴 항해와 추운 날씨를 고려했을 때 사망자들이 굶주림과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생존자들은 배에서 발견된 시신 8구 외에도 사망자가 2명 더 있다고 전했다.

4개월 된 아기가 죽어가는 어머니의 품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다에 빠져 숨졌고, 아기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한 남성은 다시 배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독일 난민 구호단체인 '시아이'(Sea Eye)가 운영하는 구조선 '시아이4'는 지중해 중부에서 표류하는 이주민 109명을 구조하고, 배에서 시신 2구를 수습했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목숨을 건 항해는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고, 지중해가 이들의 무덤이 된 지는 오래지만, 이번 참사는 이탈리아 정부가 국제구호단체의 지중해 구조 활동을 제약한 가운데 발생한 일이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아이의 고르덴 아이슬러 대표는 "지난 6년간 우리는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제때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며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탈리아 정부를 성토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난민 구조선이 지중해에서 표류하는 유럽행 이주민을 구조한 뒤 곧바로 입항을 요청해야 하고, 지정받은 항구로 지체 없이 가야 한다는 내용의 법령을 승인했다.

그동안 국제구호단체는 지중해에 며칠간 머무르며 여러 차례 구조 활동을 통해 수백 명의 이주민을 태운 뒤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활동해왔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구조 횟수를 단 1회로 제한한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가 입항을 요청한 난민 구조선에 극단적으로 먼 항구를 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제구호단체들은 지중해 구조 활동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주민 4천936명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35명, 2021년의 1천39명에 비해 대폭 늘었다.

유엔은 지난해 이주민 약 1천400명이 지중해 중부를 건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